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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 15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뒤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2억원, 97억원을 각각 던졌다. 반면 개인은 2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소화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실적 개선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요금 인상폭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 주가 역주행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을 킬로와트(kWh)당 8월 올렸다. 1분기 kWh당 13.1원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전은 지난 12일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등 부동산 자산 매각과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을 포함한 총 25조7000억원 규모 자구안도 발표했다. 한전이 1분기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포함해 2021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으로 한국전력은 회사채 조달과 미수금 회수 등 단기적인 이슈들은 해소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 1분기 자본은 연결기준 약 5조원 감소했는데, 별도기준도 약 5조원 줄어들어 발전자회사보다 한국전력 중심으로 관련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2분기는 1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적자가 줄어들더라도 추가로 2조원 이상 자본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석탄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에너지가격 수준이 낮아지면서 하반기부터 전력조달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 규모가 44조7000억원에 달해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전의 대규모 자구책을 통해 기업가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는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당분간 주가 반등을 노릴 만한 모멘텀이 부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물가관리, 가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데다 내년 4월 총선거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냉방 수요로 전력소비량이 많아지는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충분한 전기요금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기 주가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자본 규모를 회복하는 과정은 오랜 기간 실적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여름철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폭증이 나타날 수 있고, 주요 산유국의 감산 정책도 언제든지 발표될 수 있어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면서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 기대감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때까지는 박스권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