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인데 극의 분위기는 때에 따라 180도 바뀐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돌연 냉혹하고 현실적인 어른들의 현실을 내보낸다.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온도차가 크다. 세계관의 참신함에 더해 스토리 전개의 특별함이 이 웹툰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네이버웹툰 ‘물 위의 우리’다.
웹툰 ‘물 위의 우리’는 2020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작품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인데, 기존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과 다소 차이점을 보이는 건 ‘한국형’이라는 점이다. 극중 세계는 남산, 잠실, 북한산 등 한국의 주요 지역들이다. 현실세계의 명소들을 웹툰 속에선 각각의 대형 세력으로 묘사한다. 재밌는 포인트다.
주인공인 ‘호주’는 딸 ‘한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20년 만에 자신의 고향인 양지로 돌아온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자신이 살던 시기와 너무 달라진 분위기와 수상한 행적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딸 한별이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고향의 비밀을 살피기 시작한다.
극의 고증도 상당하다. 부부인 뱁새 작가와 왈패 작가는 작품 구상 단계에서 직접 양지, 남산, 관악산 등 작품 내 주요 장소를 고도계 어플 설치 후 등산시 해수면이 어디까지 잠길지 체크하는 등 고증에 공을 들였다. 기상, 건축, 생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까지 받아 완성됐다고 한다.
다만 스토리 전개 상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포인트들이 많아 흥미로움을 더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작화는 순수한 한별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다에 잠긴 도시의 모습 등 전반적인 묘사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특징을 잘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