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정보관은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별도의 경찰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정보계장을 거쳐 정보과장에게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과장은 인력 지원 관련 부분을 빼고 나머지만 내부망에 올리도록 했다. 이후 156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일어나자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담당 정보관에게 인력 지원 관련 부분이 들어있는 보고서 원본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범죄조직도 아닌 경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지도부의 기강이 이 모양이니 현장 대응이 똑바로 될 리 만무다. 무사 안일에 젖은 것도 모자라 보고와 지휘 체계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노출한 이런 경찰에 국민이 어떻게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있나. 윤 대통령이 어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면서 국민에 사과한 후 이 전 서장 등 경찰 4명이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이 정도 조치로 경찰이 정신을 차릴지 의문이다. 경찰은 뼈까지 도려내는 개혁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