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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전 거래일보다 3.58% 내린 4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4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SK스퀘어가 SK텔레콤에서 인적 분할해 지난해 11월 29일 분할 재상장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SK스퀘어는 이달 보안업체인 SK쉴더스와 애플리케이션 마켓 업체인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자회사의 순차적인 IPO를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 6일 SK쉴더스에 이어 11일 원스토어까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4거래일 동안 10.9% 하락했다.
SK스퀘어의 자회사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악화로 투자심리가 악화면서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쉴더스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을 겨우 넘었고, 원스토어는 수요예측 참여기관 대부분이 공모가 하단이나 이를 밑도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IPO를 통해 자금을 모아 신사업을 키워야 하는데,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로 내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면서 “내년에는 상장을 접는 일이 없도록 11번가는 올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평가·구주매출 비중 논란 하락장에선 안 통해”
이르면 연내 증시 입성이 점쳐졌던 SK매직은 여전히 상장 시점이 불투명하다. SK매직은 2018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추진했으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이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SK매직은 렌탈 계정수 증가로 기업가치가 극대화될 때까지 상장 시점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SK매직 관계자는 “바이오나 2차전지 계열사의 경우 상장 시점의 시의성 등을 따져야 하지만, 렌탈 사업의 경우 업황을 타지 않기 때문에 당장 급할 건 없다”면서 “렌탈 계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올라갔다고 판단될 때 상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무산을 계기로 SK그룹의 상장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증시 불안에도 원인이 있지만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애초 기업가치 산정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원스토어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군에 애플, 알파벳, 카카오를 제시했다가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변경했다. SK쉴더스 역시 알람닷컴, 퀄리스, ADT 등을 비교회사에 포함했다가 에스원, 안랩, 싸이버원과 대만 보안기업인 세콤으로 바꿨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 모두 비교회사를 바꿨으나 공모가는 하향하지 않거나 소폭 내리는 데 그쳐 기관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구주매출도 발목을 잡았다. SK쉴더스는 총 공모 물량의 46.67%를 재무적투자자(FI)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의 구주매출로 구성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상장을 통해 유입될 전체 자금 중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적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공모 흥행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원스토어는 지분 17.7%를 가진 SKS키움파이오니어가 이번 상장으로 구주매출로 193만5000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공모가 하향 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상장 계획이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IPO 시장이 좋을 때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더라도 개인 투자들이 물량을 소화하면 공모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장이 좋지 않을 때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이 구주매출 비중과 공모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는 만큼 몸값 부풀리기가 과도한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