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핫플]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 동화 속 수선화 섬

수선화의 섬, 전남 신안의 선도
  • 등록 2022-04-15 오전 12:15:02

    수정 2022-04-15 오전 12:15:02

전남 신안의 섬 중 수선화섬으로 불리는 선도. 수선화공원에는 이제 막 수선화가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선도’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마을 언덕에는 노란 수선화가 바람에 흩날리고, 마을 지붕도 꽃 색깔에 맞춰 노란색으로 단장했다.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동화 나라에 온 듯 강렬하고, 이색적인 모습이다.



이 외딴섬은 왜 노란색으로 꾸며졌을까. 그 시작은 30여년 전 이 섬으로 귀향한 현복순 할머니부터다. 목포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따라 뭍에서 섬으로 들어왔다. 꽃을 무척 좋아했던 할머니는 텃밭을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고, 수선화도 당시 여럿 심었다. 이후 할머니가 하나하나 심은 수선화는 선도의 들판을 채우며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현복순 할머니는 ‘수선화 할머니’로 불리기 시작했다. 선도 주동마을 교회 앞 ‘수선화의 집’이 바로 현복순 할머니의 집이다.

전남 신안의 섬 중 수선화섬으로 불리는 선도. 수선화공원에는 이제 막 수선화가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다.


신안군도 빠르게 선도를 수선화의 섬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당시 신안군은 섬에 색을 입히는 일명 ‘컬러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퍼플섬으로 인기를 끌던 반월·박지도가 대표적이었다.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과 생태 특성을 활용해 원추리의 섬 홍도는 ‘주홍색’으로, 안좌도의 퍼플섬은 ‘보라색’, 수국의 섬 도초도와 해당화의 섬 비금도는 ‘코발트블루’로, 수선화의 섬 선도는 노란색으로 섬에 색을 입혔다.

전남 신안의 섬 중 수선화섬으로 불리는 선도. 선도 마을에 그려진 수선화 벽화


신안군은 아예 선도에 땅을 사들여 수선화 꽃밭을 만들고, 집마다 벽과 지붕을 노란색으로 칠했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수선화 축제도 개최했다. 신안군이 발벗고 선도를 홍보하면서 축제는 대성공을 거뒀다. 노란 수선화가 뒤덮은 선도의 아름다운 모습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졌다.

조용했던 작은 섬 선도는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2020년에는 ‘가고싶은 섬’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제는 중단됐지만, 그 덕분에 섬은 더 많이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여행객들이 한적한 섬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선도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못하지만, 섬 주민들은 여전히 선도를 찾는 뭍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잊혀가던 외딴섬이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전남 신안의 섬 중 수선화섬으로 불리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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