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죽쑤는데… 인천 구도심 주택시장 훈풍, 왜?

계양구 아파트값 올들어 0.3% 올라
수도권 집값상승률 1위
3기 신도시 포함돼 개발 기대감
S-BRT 개통땐 여의도까지 25분
  • 등록 2019-03-26 오전 4:10:00

    수정 2019-03-26 오전 4:1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올해 1월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효성1구역 재개발 단지). 이 단지는 인천에서도 구도심에 속하는데다 3기 신도시 발표가 있은 직후 나온 1600가구가 넘는 대단지라는 점에서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청약 1순위에서 모든 가구가 주인을 찾았고, 평균 당첨 가점도 45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전용 84㎡의 경우 만점(84점)에 가까운 최고 77점이 나왔다. 이 주택은 정당 계약(청약시행 후 정해진 계약기간 내 실시하는 계약)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최근 인천 구도심 주택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출, 세제, 청약 등 주택시장을 옥죄는 고강도 규제에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이 ‘집맥경화’에 빠진 것과는 달리 매수세가 붙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구는 올 들어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주택시장 상승기에 뒷걸음친 것과는 영 딴판이다.

계양구, 올 들어 수도권 집값 상승률 1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인천 계양구 아파트값은 0.30% 올랐다. 수도권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기간 수도권 전체에서 유일하게 오름세를 보였던 경기 수원 장안구(0.06%)·남양주시(0.12%)·구리시(0.20%)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천 계양구와 맞닿아 있는 부평구도 하락세가 줄면서 올 들어 마이너스(-)0.25%에 그치고 있다. 연수구(-0.80%)나 미추홀구(-0.36%), 인천시 평균 아파트값(-0.31%) 보다 양호한 성적표다. 이 기간 서울과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은 -0.99%, -0.64% 하락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림세(-0.35%)였던 인천 계양구는 연말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에 이 지역을 포함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계양구에서는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약 8㎞ 구간을 잇는 신교통형 S-BRT가 신설될 예정이다. S-BRT를 통하면 여의도까지 약 2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또 비규제 지역에 속해 강화된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3월 계양구 작전동에서 분양한 ‘작전역 브라운스톤 계양스카이’ 전용 75㎡ 아파트는 지난 2월 분양가 대비 최대 3500만원 가량 오른 3억9200만원에 실거래됐다. 계양구와 맞닿아 있는 인천 남동구 ‘인천 구월 지웰시티 푸르지오’(전용 84㎡) 분양권도 분양가 대비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4억9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계양구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도 싼데다 전세가율이 70~80%라 1억원 정도면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최근 서울, 부산 등 외지 투자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새 아파트 수요 많지만 “실수요자 들어올 지 지켜봐야”

그동안 인천 지역은 송도, 청라, 영종 등에서 국제개발이 이어지면서 새 아파트 분양이 활발했지만 연수구나 서구, 중구 등에 공급이 몰렸다. 이 외에 계양구나 부평구, 동구 등 구도심은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개발이 소홀했던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한 주거 환경이 확 변하는데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인천에서 입주한 지 10년 이상 되는 아파트 비율(노후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계양구로 93%에 달한다. 이어 부평구 역시 92%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부평구 L공인 관계자는 “부평구나 계양구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데다 인프라 개발 기대감이 높다”며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올해 구획정리를 마무리하고 내년 보상에 들어가면 아파트값은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시적으로 물량이 몰릴 수 있는데다 아파트값이 워낙 낮았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말 현재 인천은 3.3㎡당 아파트값은 917만원으로 서울(3.3㎡당) 2669만원이나 경기도 평균(1158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인천 계양구(818만원) 등 구도심은 더욱 집값이 싼 편이다.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인천 구도심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도 상승률이 커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 비규제 영향으로 당장 투자 수요가 들어온다고 해도 원주민 중심의 실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 매수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교통망 확보가 우선이고 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리지 않는 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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