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인가. 북한의 김정은이나 입에 올릴 수 있을 법한 이 역설은 이미 55년 전에 나왔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에서다. 1963년 2월 파리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다만 이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적 배경을 읽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1960년 알제리 한 사막에서 원자폭탄을 실험해 세계서 네 번째 핵보유국이 된 직후. 프랑스는 이후 벌어진 알제리의 독립전쟁 동안 권위와 명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최소한 프랑스의 엘리트군사학교에서의 연설에서만큼 드골은 군의 사기를 높이는 방편이 필요했던 거다. ‘독립적인 국방정책’부터 챙겨야겠다는 복안은 “운명에 대한 책임을 외국에 내어줄 마음이 없다”는 선언으로 전달했다. 비록 내용은 비딱했지만 이날 드골의 연설은 프랑스가 지금껏 자랑스러워하는 명문으로 남았다.
오바마가 남긴 수많은 명연설 중에선 2012년 11월 대통령 재선당선연설을 골랐다. 오바마 특유의 개인주의적 낙관주의와 미래 미국에 대한 희망을 뒤범벅한 ‘미국적인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우리를 부자를 만드는 건 물질적 부가 아니고, 강하게 만드는 건 군대가 아니며, 세계가 미국에 모이는 건 문화와 대학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을 탁월하게 만드는 건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대감”이라고.
뒤집어보면 입으로 대중을 고급스럽게 압도한 ‘선전문’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강한 메시지가 있다. 선전문이라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 위기모면 식이었다면 휘발성 멘트로 끝났을 거란 것, 대중은 대상이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는 것 등. 사실 이조차 군더더기다. 한 문장씩 곱씹으며 서서히 빠져들면 알게 된다. 사람을 움직이는 연설이 ‘거리에서 물건 파는 일’이 아니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