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에서 분양권 거래가 더욱 어려워진데다 정부가 연내 청약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청약제도 개선을 시사하면서 최근 임씨처럼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권 거래도 늘고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분양권 전매 막으니 입주권 몸값 ‘쑥’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은 모두 4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9건)보다 34% 늘어났다. 이는 역대 월별 기준으로도 최대치다. 지난달 13일부터 정부가 부동산시장 합동 점검에 나서면서 서울 주요 지역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이 최근까지 한 달 가량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증가세를 보이던 분양권 거래량 수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도 대비된다.
이처럼 아파트 입주권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올해 6·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청약 요건과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강화된 데 반해 입주권은 이 같은 규제에서 비켜나 있어서다. 입주권과 분양권 모두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란 점에선 같지만 권리 발생 시점에서 차이가 있다. 청약에 당첨됐을 때 발생하는 분양권과 달리 입주권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날 조합원에게 주어진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 입주권까지는 전매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수요 많아…입주권 거래 더 늘듯”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은평구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평균 청약가점은 62.2점, 영등포구 ‘보라매 SK뷰’ 66.4점,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57.6점 등으로 55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부양가족을 2명(15점)이라고 가정했을 때 청약가점이 55점을 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으로 최고점을 받는다 해도 무주택기간이 최소 11년 이상 돼야 하는 것이다. 청약가점제가 확대 시행되면 청약 당첨으로 새집을 마련하기는 더욱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앞서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는 재개발 입주권 매물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달 분양하는 신길12구역의 전용 59㎡형 입주권 프리미엄(웃돈)은 연초 1억 6000만원 안팎이었던 것이 이달 현재 2억원을 웃돌고 있다. 신길동 H공인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간혹 한두 건씩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거래시장에서 이 같은 입주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6·19 대책 이후에도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양권 거래를 규제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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