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머물고 싶은 '10대 관광코스' 만든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계획 발표
지자체 2~4곳 명소 주제별 묶어
역사·인물 등 문화콘텐츠 더해
서울·제주 몰린 여행수요 분산
관광객 유입·현장답사 거친 뒤
12월, 10개 코스 최종 확정키로
내년부터 4년간 770억원 투자
  • 등록 2016-10-21 오전 12:31:04

    수정 2016-10-23 오후 4:53:48

경북 영주 ‘유교문화길’(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관광수지 적자폭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7월까지 관광수지 적자는 무려 2억 140만달러(약 3조 2000억원)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의 수는 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소비는 줄어들어든 데다가 대신 해외로 나가는 한국 국민 수와 씀씀이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7월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출국자 수는 158만명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최초로 해외여행을 나서는 내국인이 2000만명을 넘어설 게 확실해 보인다. 해외지출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지출액은 26조 2722억원에 달했다. 방한 외국인관광객도 갈수록 증가세다. 올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은 1149만명. 연말까지는 사상 최대인 16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갑은 닫혀 있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 쓴 돈은 14조 3600억원으로 2014년 15조 5081억원보다 7.4% 줄어들었다. 외국인관광객의 국내소비가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관광수지의 적자폭이 커지자 당장 위기감이 생긴 건 정부 당국이다. 이에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직접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19일 발표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이다.

경북 경주 ‘월지의 야경’(사진=한국관광공사).


◇ 내·외국인관광객 국내여행 ‘하루 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날 발표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경쟁력 있는 관광지를 권역별로 묶어 집중투자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단계별 전략도 마련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다시 찾는 분산형·체류형 선진 관광지 육성’ ‘매해 여행 특수기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계기별·단계별 여행상품 개발’ ‘전형적인 관광자원에 역사문화·스토리·인물 등 무형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보강’ ‘중장기 발전전략을 추진할 때 타부처와 협업 프로젝트 진행’이 골자다.

목표는 10대 테마여행 코스를 중점 개발해 내·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여행을 하루라도 더 늘리자는 것에 뒀다. 실제 내국민의 국내여행이 하루가 늘어나면 지출액은 17만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국인관광객의 체류일이 하루가 증가하면 지출액은 328.1달러(약 36만 8000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관광객으로 볼 때 43억 4000만달러(약 4조 8500억원)의 추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과 연계해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관광정책 언론인 콘퍼런스’에서 김태훈 문체부 관광정책관이 발표한 ‘10대 지역특화 문화관광코스’ 육성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정책관은 “그동안 지리산권·서남해안권·동해안권 등 지자체의 관광산업 활성화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관광지를 권역별로 묶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북 영주를 찾아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 이른바 ‘선비문화코스’를 방문했고 지난 7월에는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8월에는 서산 버드랜드와 인천 월미공원을 찾은 일이다. 박 대통령은 행선지 곳곳에서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어려운 지금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국민에게 삶의 행복을 찾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영주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 중 하나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추진방향(그래픽=문체부)


◇ ‘점’ 단위 아닌 ‘선’ 단위로 연결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선비문화코스, 백제문화코스, 평창올림픽코스 등 인근 2~4개 지방자치단체의 특색 있는 관광명소를 주제별로 묶는 방식이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점’ 단위의 관광지를 지원하던 것에서 벗어나 ‘선’ 단위로 관광객의 동선에 따라 지자체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평균 사흘에서 닷새간 둘러볼 수 있는 지자체 2∼4개의 관광명소를 코스로 묶어 관광지 개선부터 마케팅까지 일괄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건물을 새로 짓는 등 ‘하드웨어’는 지양하고 기존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는다. 관광 수요자인 여행객의 관점에서 관광지 주변환경을 개선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안내서비스를 체계화하고, 관광지 간 교통불편을 해결하고 숙박이나 음식 등의 서비스를 고급화한다. 아울러 지역의 역사·이야기·인물·생활방식 등 문화콘텐츠를 보강해 스토리 있는 관광지를 만드는 것 등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문화재청 등 관계부처와 협력할 예정이다.

후보군 선정 작업은 이미 시작했다. 문체부는 지난달부터 지자체 대상 수요조사, 지난 한 해 동안의 계절별 관광객 유입량 빅데이터, 지역전문가 추천 등을 통해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후보군을 발굴하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전문가위원회의 관광경쟁력 평가를 통해 10대 코스에 대한 1차 선정을 끝내고 11월에는 현장답사 등을 거쳐 12월에 최종적으로 코스를 확정하게 된다. 사업규모도 역대급이다. 2021년까지 770억원의 관광기금을 투입한다. 지자체와 연계시 투자금은 1148억원으로 늘어난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240억원(지자체와 연계시 366억원)을 들이고,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추가비용으로 매년 25억원씩을 투입한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과 관련해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이번 사업을 모델로 삼아 지역관광의 수준을 관광객 눈높이에 맞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서울과 제주로 집중된 관광수요를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분산하고 관광객이 좀더 오래 머물면서 더욱 만족스럽게 여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여행·관광여건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 ‘유교문화길’(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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