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②10초 후 사라지는 문자·추적 안되는 ID '나를 찾지마'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
SK 플래닛 '틱톡', 대화 취소·삭제 기능 추가
합법적 수사권 논란
"프라이버시 보호해야" "테러활동·범죄 수사장애"
  • 등록 2015-07-17 오전 2:00:16

    수정 2015-07-17 오전 2:00:16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세상이 투명해지고 개방되다 보니, 나를 숨기거나 흔적을 지우고 싶은 사람이 늘고 있다. 기억에선 사라졌는데 인터넷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누군가 이름이나 주소, 전화 번호는 물론 취향이나 소비성향, 지인 관계까지 들여다보지 않을까.

해킹 당하거나 감시받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데이터베이스(DB)화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구글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유튜브 같은 웹 콘텐츠를 더 빨리 볼 수 있도록 전 세계 국가 통신망에 SPDY 프락시(Proxy)서버를 설치하고 있다. SPDY는 구글 엔지니어들이 인터넷으로 웹 콘텐츠를 잘 전달하기 위해 개발했고, 인터넷국제표준화기구(IETF)에서 통신표준(HTTP 2.0)이 됐다.

하지만 구글이 마음 먹기에 따라 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성원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구글이 마음 먹으면 SPDY를 통해 구글 웹 네트워크를 오가는 데이터를 들여다 볼수 있지만 증거는 없다”며 “구글이 사악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구글이 구축한 웹 네트워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유럽에서 소위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구글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잊혀질 권리는 ‘자기가 찍고 자기가 올린 동영상이나 사진이나 글을 자유롭게 삭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에드워드 스노든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우드 스노든이 구글, 페이스북에 올린 정보까지도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고발하자, 구글 서버에 들어 있는 내 글이 불안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관련 법을 발의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전담반을 구성해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인터넷상의 비밀 서비스를 등장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메신저인 ‘스냅챗’이다.사진·동영상 메모를 보내면 상대가 열람한 뒤 10초 안에 메시지가 사라진다. 2011년 창업했는데 스냅챗으로 공유하는 사진은 하루에 4억 장이 넘는다.

SK플래닛의 미국 현지 법인 틱톡플래닛도 대화 삭제 기능이 있는 메신저를 내놨다. ‘프랭클리’라는 것인데, 이미 보낸 메시지도 상대방이 확인하기 전이라면 취소나 삭제할 수 있다. ‘5초 메시지’라는 기능을 넣어 그 시간 동안에만 문자나 사진을 보게 만든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메신저 ‘마이피플’도 마찬가지다.구글도 올해 2월 잊혀질 권리 인용 기준을 발표하면서 유럽에서 정보 삭제 신청을 받고 있다.

아예 서비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암호화해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시도도 있다. 스워든의 폭로이후 미국 기업들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End-to-End Encryption)을 도입해 NSA나 미연방수사국(FBI)의 검열을 피하려 한다. 종단간 암호화가 이뤄지면 정보기관이 고객의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는 이상 사이버 검열은 불가능하다.

표현의 자유·합법적 수사권 제한 우려도

시크릿에 끌리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나 기술 도입은 숨고 싶은 욕망을 대변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정부의 합법적 수사권마저 제한할 수 있다.

구글 사례를 보면 범죄행위나 언론 기사와 관련된 글 삭제 요청이 많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보장이 법제화되면 합법 정보에 대한 검색 정보삭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기업이나 종교단체, 정치인 등 법률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만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기관의 검열 우려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강력한 암호를 쓰는 일도 대테러활동이나 강력 범죄 수사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동통신에서 합법 감청마저 불가능한 것은 문제라면서 ‘감청설비 의무화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에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장비를 구비하게 하고, 구비 의무를 위반하면 20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연 1회 부과한다. 장비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합법 감청 관련 해외 법(출처: 서상기 의원실)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부·법무부·국정원이 법제화하려다 실패한 ‘암호이용촉진법’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비화통신은 허용하되, 비화폰 이용자가 범죄행위를 했을 때 해당 암호를 풀어 통신내용을 엿보는 감청 절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서 의원법은 이통사에 감청설비를 두는 반면, 암호이용촉진법은 암호를 푸는 마스터키의 권한을 정부와 제3자(시민단체 등)가 나눠 갖는다.

이는 미국에서 논의 중인 ‘키 에스크로(Key Escrow)’와 비슷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키 에스크로 정책은 클린턴 정부 때부터 논의됐지만 여전히 논란”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프라이버시와 합법적인 수사권 중) 어느 한쪽으로 몰고 가지 말고 둘 다 공개적으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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