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조원 부동산 판 롯데..묘수인가 악수인가

롯데, 올해 12곳 부동산 매각해 1.1조원 확보
차입금 늘어나는데 신용등급 하락하자 부동산 매각 선회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장기적으론 수익성 악화 위험"
  • 등록 2014-11-07 오전 6:00:00

    수정 2014-11-07 오전 6:00:00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롯데쇼핑이 보유한 부동산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1조원이 넘는다.

롯데측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을 싸게 조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떨어진 신용도를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피같은 매장 왜 파나?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롯데백화점 포항점과 동래점, 롯데마트 동래점, 성정점, 군산점 등 총 5개 매장의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다. 매각 대금은 약 5000억원이다. 롯데쇼핑은 점포 매각 후 이를 장기간 임차해 영업점으로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세일즈앤리즈백(Sales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전략이다.

롯데쇼핑 유동부채 (단위 :10억원, 자료: 금감원 공시)
롯데쇼핑은 지난 8월에도 일산과 상인 등 백화점 2곳, 부평·당진·평택·고양·구미 등 마트 5곳 등 7개 점포를 6017억원에 매각하고 이를 임차해 쓰고 있다. 롯데쇼핑은 수도권 핵심 상권을 제외한 매장의 매각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현금을 쉽게 확보하기 위한 재무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길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산을 먼저 정리해 현금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최근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점포 매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롯데는 그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최근 그 규모가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실제 롯데쇼핑의 차입금과 사채를 포함한 유동부채 규모는 지난 2007년 4조9128억원에서 지난해 12조3318억원으로 151%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2조5798억원에서 1조309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빚은 늘어나는데 보유한 현금은 줄어들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무디스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낮춘 데 이어 8월에는 피차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투자부적격 등급보다 고작 2단계 위에 있는 등급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빚이 늘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이자 비용이 커지면서 빚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출 수 없다. 교외형 아울렛 건설 등 신사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이 만만치 않다. 롯데는 기존의 부동산을 매각해 목돈을 마련하고 부채비율도 낮춰 일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속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한다”며 “국내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부분은 투자를 위해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는 부담

롯데쇼핑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빚을 갚기 위해 높은 이자를 주고 사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은 일단 피할 수 있다”며 “롯데가 부동산 경기 불황기에 발 빠른 대처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보유한 부동산을 팔고 임대로 돌리는 ‘세일즈앤리스백’ 전략이 향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유통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부담해야 하는 매장 임대료가 늘어날 경우 수익성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주력인 롯데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특히 해외로 매장을 활발히 늘리고 있는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0%나 줄었다.

문제는 유통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통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매장 임차료 등 부대 비용은 수익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당장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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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점포 5곳 팔아 5000억대 자산 유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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