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독식하던 일감이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47개 대기업 집단의 광고·SI·물류·건설 분야 내부 거래규모는 27조원이다. 현대차처럼 절반만 풀어도 대략 13조원 규모의 사업이 중소기업에 개방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일감몰아주기는 보통 대기업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초기에 규모가 작더라도 그룹 전체의 일감이 몰리면 해당 기업이 급성장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같은 사업을 하는 경쟁업체는 원천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해 불공정거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대기업들이 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며 일괄적인 규제에 난색부터 표명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우선 대기업들이 부당한 사익(私益)을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나 과세 등 강성 발언이 쏟아지는 것도 그동안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대기업 스스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준 다음 현실적인 고충을 해소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