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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6.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뛰었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가 2개월 연속 6% 이상 오른 것 역시 1998년 10월(7.2%)과 11월 이래 2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 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주도했다. 7월 공업제품은 전년동월대비 8.9% 올랐고, 개인서비스는 6.0% 상승했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각각 3.11%포인트와 1.85%포인트로 전체의 78.7%에 달했다.
공업 제품 중에선 가공식품과 석유류가 각각 8.2%, 35.1%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세에 경유(47.0%), 휘발유(25.5%), 자동차용LPG(21.4%) 등이 일제히 올랐다. 다만 6월 중순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10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7월 중 석유류가 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59%포인트로 전월(1.74%포인트)보다 낮아졌다. 개인서비스 중에선 특히 외식 물가가 8.4% 급등했다. 외식 물가 상승폭은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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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경기와 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을 풀어 경기를 뒷받침하기도 어려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1명(54%)은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진입 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스태그플레이션을 판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아직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아직 국내 상황은 나쁘지 않다”며 “10월 이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지다. 추 부총리는 “대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인 9~10월경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전월대비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 올들어 1월과 2월에 0.6%, 3~5월에 0.7%를 기록하던 전월대비 상승률은 6월 0.6%, 7월 0.5%로 조금씩이나마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태풍 등 기후에 따른 농축수산물 수급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예년과 달리 9월 중순으로 이른 추석을 맞는다는 점도 수급 불균형을 일으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등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