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5’(사진=누크갤러리)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둥근 공에 새긴 듯한 형상. 하지만 정작 묘미는, 공처럼 보이지만 공이 아닌 데 있다. 평면을 구부리고 휘어지게 해 엄청난 착시를 유도한 것뿐이다. 색의 장난만도 아니다. 선명한 중앙색이 곁으로 빠지며 쇠락한 주변색이 돼가는 ‘시간’까지 얹었으니까. 이 모든 굴절이 지독하게 세밀해 왜곡을 진짜처럼 믿게 된 것이고.
작가 정소연(54)이 이런 독특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붓에 따라붙은 평범치 않은 이력 덕일 거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 지망생이 돌연 공학을 공부했던 일인데. 과학과 기술로 염탐한 예술, 그 영역확장에 저절로 나서게 됐다고 할까.
굴절 연작 중 한 점인 ‘포스트-네버랜드 5’(Post-Neverland 5·2015)는 이상적인 식물의 개념을 작가 나름대로 해석해 옮긴 거란다. 누군가 머리로 그린 식물도감의 도판을 참조했다는데, 한마디로 ‘그럴 듯하지만 현실에는 없는’이란 뜻이다. 이상향이지만 ‘절대 없는 땅’ 네버랜드의 식물편이라고 할까. 어쨌든 저 공 안에 다 들었다, 가장 완벽에 가까운 꽃·풀·새가.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지각의 장소, 인식의 공간’으로 알고 있는 일반상식에 어깃장을 놨단다. 사실 그 구분조차 헷갈리는 혼돈의 질서를 재편해보려 한 작가의 의지가 절반을 했다. 캔버스에 오일. 지름 120㎝. 작가 소장. 누크갤러리 제공.
| 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3’(Post-Neverland 3·2015), 캔버스에 오일, 폭 164㎝(사진=누크갤러리) |
|
| 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1’(Post-Neverland 1·2015),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누크갤러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