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국 정치의 미래, 청년에 달렸다

  • 등록 2019-03-18 오전 5:00:00

    수정 2019-03-18 오전 5:00:00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에 달려있다. 독일의 미래 정책에는 청년들의 참여가 필수다. 스웨덴은 다양한 정책학교를 통해 청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을
제공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청년을 위한 정책도, 청년이 참여하는 정책도 미비하다. 또 한국 청년들의 정치 참여의 길은 불투명하다. 모두들 걱정하는 대한민국 정치 개혁을 위한 인재 양성의 대안이 너무도 절실하다.

정치는 정책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한국의 정치는 관계에 치중하여 정책은 실종되어 있다. 미국의 정치는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와 같은 정책 연구소가 개발하는 심도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되고 있는데, 한국 정당의 연구소는 대부분의 예산을 정책 개발이 아니라 여론 조사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정책보다는 포퓰리즘적인 구호로 정치가 오염된 실정이다.

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청년의 정책학교를 순수 민간 차원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다. 청년정책학교의 교과목은 창조경제연구회(KCERN)의 9개 필러(Pillar) 사회 모델에 입각하여 총론, 거버넌스, 산업, 금융, 시민, 교육, 규제, 환경, 복지 분야로 구성됐다.

분야별 2명의 시각이 다른 발제를 바탕으로 청년들은 이 사회의 문제를 포착해 팀별 토론을 하며 매일같이 창조와 협력의 역량을 발전시켰다. 팀별 토론으로 도출된 서로 다른 문제 해결 정책들은 경쟁 발표를 통해 상호 벤치마킹하는 압축 학습으로 이어지고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실시간 평가와 시상이 재미를 더했다. 이후 주제별로 학습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심화 토론이 이어졌다.

이러한 학습을 위해서는 기존의 계단식이 아니라 회의 방식의 교실이 제공되어야 한다. 양 방향 소통 학습을 위해 화면도 두 개가 필요하고 모든 학생들은 노트북 등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학습에 참여했다. 학습의 중심은 토론이다. 교수는 문제의 발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강의 자료는 사전 공유되고 모든 발제와 발표는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재활용이 되도록 페이스북 공개 그룹에 공유했다. 강의, 질문, 답변 등 학습의 모든 과정이 생생하게 페이스북 그룹에 남아 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으로서 지속적인 확산을 목적으로 한 이유는 오프라인 교육으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과 2주 만에 예비 대학생에서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이게 되겠어?’하는 자조적 수준에서 스스로의 역량을 재 발굴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몇 개의 소감을 소개한다.

‘이렇게 밝고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같은 곳을 바라보았던 경험은 제 인생에서도 흔치 않을 시간일 것 같습니다.’ ‘나를 과소평가 하지 말자는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첫 발자국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행복했습니다.’ ‘나를 위하는 행동은 세상을 위하는 것으로 승화될 수 있었고, 발전적인 미래를 충분히 그려볼 만 했습니다.’ ‘청년정책학교의 10가지 발제를 통해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새롭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즉, 저만의 알을 깰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놀랍게도 5점 만점에 4.95였다. 모두가 2주 만에 미래 한국을 위한 동참을 가슴으로 선언한 것이다. 수료식에서 발표한 정책은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당장 채택하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졌다. 불과 2주 만에 학생들이 보호 대상에서 미래 주역으로 변모한 것이다. 힘들지만 재미있었고 보람되면서 스스로를 찾아간 시간이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의 학생들이 토론을 통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늘 도출해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청년들을 통하여 미리 보게 된 것이다. 확산을 위하여 수료생들에게는 수업료를 면제 받을 수 있는 모종의 임무가 주어졌고 모두들 흔쾌히 수용했다. 100명에게 이 교육을 확산하라는 소명이다. 이를 위한 학습 플랫폼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나머지는 기업가적 도전이다. 20명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나, 20명이 2000명이 되고 20만이 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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