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모바일 상품권 '인지세 부과기준' 이상하다

  • 등록 2018-08-06 오전 4:40:00

    수정 2018-08-06 오후 6:08: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정부가 7월 30일 인지세법을 개정해 종이 상품권(지류 상품권)처럼 모바일 상품권에도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논란이다. 1만 원을 초과하는 케이크 쿠폰에는 50원부터 시작하는 인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내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국민에게 피해가 가진 않는다. 다만, 없던 세금이 갑자기 생기니 좀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 같은 케이크를 살 수 있는 상품권 가격이 올라가거나 케이크의 크기가 달라질 순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올려주면서 교촌치킨 등에서 별도의 배달 수수료를 고객에게 받기 시작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 종이 상품권과 평등해야

모바일 상품권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부 생각도 이해는 간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작년 1조 원 안팎으로 급성장하면서 종이 상품권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내버려 두면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5만 원·10만 원 권 같은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은 모바일로 전송된다지만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여서 카드깡이나 비자금화 같은 지하 경제에 활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모바일 상품권도 상품권 아니냐며 종이 상품권과 ‘똑같은 기준’으로 인지세를 매기겠다고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모바일 상품권에는 정부 발행증명 기능 없어

모바일 상품권의 본질이 인지세의 부과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논란거리다. 정부가 인지세를 종이 상품권에 부과한 이유는 일종의 발행증명 수수료 개념이 아니었느냐 하는 것이다. 백화점·구두 등 종이 상품권은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하고 대신 기업들로부터 인지세를 받는다.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철저히 민간에서 발행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 구태언 태크앤로 변호사는 “인지세의 문헌적 해석은 발행증명(원본의 진위증명) 수수료”라면서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나 유통, 관리에 정부 역할이 없다면 새로운 간접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모바일 상품권은 3만 원 권 이하의 상품·서비스 교환용(쿠폰)으로 유통돼 부가가치세가 매겨졌다는 사실도 고려돼야 한다.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2만7000원 짜리 케이크 쿠폰에는 이미 부가세 10%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정부(한국조폐공사·국세청)의 발행증명 기능이 없음에도 모바일 상품권에 종이 상품권과 똑같은 세금을 매기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감독 사각 지대 놓인 금액형 상품권은 정부 관리 필요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 전체를 종이 상품권과 다르게 보다는 시각(인지세 부과에서 모두 빼자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때문이다.

물론, 구두방 등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종이 상품권에 비해 모바일 10만 원권 상품권은 모든 과정에 전산처리 돼 지하경제 악용 우려는 적다. 하지만 100% 안전하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 일련번호조차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체계는 좀 위험해 보인다.

고액 금액형만 규제하는 섬세한 정책 필요

오프라인 제도를 디지털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말자. 종이 없는 사회로 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구체적인 사안 별로 규제의 틀을 만드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상품/교환형 소액 상품권(쿠폰류)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5만 원 이상 고액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해 정부의 관리체제 안으로 포섭하면 어떨까.

잘못 과세하면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서 활동하는 40~50여 개 중소 중계업체들의 생계도 위협받는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카카오나 SK플래닛, KT엠하우스외에 40~50여 개 중소 중계업체들이 활동 중이다.

중소 중계업체 관계자는 “지류 상품권은 상품권 발행 즉시 대부분 매출로 인식되나 모바일 상품권은 취소·환불도 많아 1만 개 발행하면 8000개 정도 사용된다”며 “고객 역시 재화를 교환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없이 지류 상품권과 같은 기준으로 인지세를 내라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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