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휴대전화 할부수수료만 문제일까…포퓰리즘 우려

  • 등록 2016-06-29 오전 12:00:51

    수정 2016-06-29 오전 12:00:5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신용카드 할부로 물건을 사도 자동차를 할부로 사도 할부수수료를 낸다. 그런데 이동전화 단말기를 할부로 살 때 내는 할부수수료는 왜 문제일까.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이통사 상술로 휴대전화 할부이자를 소비자에게 떠넘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걸 두고 포퓰리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최근 4년간 5.9%대 휴대전화 할부수수료 중 소비자가 내는 보증보험료를 제외한 약 1조 원 이상을 소비자가 이통사 대신 할부이자로 금융기관에 대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휴대폰을 할부로 살 때 소비자는‘보증보험료’만 일시불로 내면 됐고 통신사가 할부금 조달비용인‘할부이자’를 부담했지만, 2009~2012년 사이에 이통사들이 차례로 ‘채권보전료 제도’를 폐지하고 휴대전화 할부원금의 연 5.9% 수준인 ‘할부수수료 제도’를 도입한 게 문제라는 얘기다.

신 의원은 “이는 이통사 할부이자를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확보한 것과 다름없다”며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사전고지 없이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국민을 기망해 이득을 취한 대국민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출처: 신용현 의원실
한마디로 2009년 이전에는 이통사가 할부이자까지 대신 납부해 줬는데 왜 제도를 바꿨느냐는 점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하지만 그의 문제기는 ▲통신시장 변화의 맥락이나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거친 말 속에 담긴 본질 외면(이통사 마진 없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해도 말이다.

통신사들이 원래는 소비자가 내야 했던 할부이자를 대신 내줬던 것은 2009년 이전에는 출고가가 30만 원이하인 피처폰이 대부분이었고 할부로 단말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던 일이었다.

그런데 출고가가 최대 80~90만 원대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할부로 사는 사람이 늘었고 이통사가 대납해주기 어려워져 제도를 바꾼 것이다.

▲자동차 담보 할부 수수료율 (출처 : 각사 홈페이지)
게다가 이동전화 단말기를 할부로 살 때의 수수료(연 5.9%)는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자동차 할부와 달리 아무 담보가 없음에도 신용카드 할부(연 18~21%) 나 자동차 할부(연 5.9~8.6%)보다 낮다.

이통사가 할부이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카드사가 결정하고, 이로 인해 이통사가 얻는 수익(마진)도 없다.

외국 사례도 천차만별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할부제도가 없지만, 미국은 단말기 지원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단말 할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고객 신용도에 따라 단말기 출고가의 일부를 계약금으로 내고, 잔금은 할부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구매방법에 따른 단말기 비용(예시 : 갤럭시s6) ※ 미국 달러 : $1 = 1,200원, 중도 해지시 잔여 할부금을 일시로 납부하거나 단말기 할부를 유지할 수 있음
하지만 신 의원은 앞뒤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바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민을 기망한 사기극’이라 비판했다.

그의 문제 제기 중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소비자에게 더 잘 알리라는 지적 정도다.

지금도 가입 당시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가입 하루 뒤 고객에게 문자메시지(SMS)를 보내지만, 단말기 할부수수료에 대해 헷갈리는 국민이 있다면 더 잘 알려야 한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비슷한 취지로 신 의원 지적에 답했다. 그는 “할부수수료는 단말기 할부거래 시 발생하는데 조건이나 방식을 정부가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잘 몰라서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이통사에게 사전에 안내하거나 고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포부 덕분인지 20대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첫 질의는 19대 국회 때보다 나았다. 의원들은 저성장에 접어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성장 잠재력 확충 방안에 관심을 쏟으면서 나름의 내공을 보여줬다.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나 제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혁신전략, 연구실 안전 문제, 과학기술인 사기 문제, 단말기유통법 상한제 사실상 폐지 등에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신용현 의원의 이동전화 할부수수료 질의는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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