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官피아와의 전쟁

  • 등록 2014-05-12 오전 6:00:00

    수정 2014-05-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관료제의 본질은 끊임없는 자기증식이다. 엘리트 관료는 독점적 면허와 전관예우의 특권을 바탕으로 산하기관과 협회, 유관 업계로 지배권을 넓힌다. 유착과 공생, 검은 커넥션, 이권의 카르텔을 통해 관료와 이해집단은 그들만의 배타적 블록을 형성하며 정서적 공동체로 결집한다. 관료집단의 전횡과 일탈,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공룡과도 같은 관료생태계, 바로 관피아의 적폐(積弊)다.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그 배후엔 마피아 같은 관료집단, 각종 관피아가 예외없이 등장한다. 모피아, 금피아, 국피아, 교피아, 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 그리고 해피아 …. 이번 세월호 참사의 저변에도 고질적인 병폐는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경쟁없는 관료사회의 무능과 무성의 무책임. 부조리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는 관료개혁의 동력으로 전환된다.

공직철밥통 완전 추방, 눈치보는 공무원 반드시 퇴출. 대통령의 다짐은 결기에 차 있다. 국가개조의 일환, 고장난 사회시스템 혁파. 관료집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배신과 분노로 바뀌면서 개혁의지도 활활 타오른다. 관료행복시대를 활짝 열어 준 박근혜정부에서 관료집단이 개혁의 도마위에 오른 건 아이러니다.

관료개혁은 역대 정권의 단골메뉴였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관료들의 교묘하고 조직적인 저항, 개혁의 트랩에 걸린 정치권력, 권력 누수에 따른 레임덕, 정치권력과 관료조직의 보이지 않는 타협, 그리고 개혁의 좌초. 관료개혁의 파노라마는 이상의 덫에 갇힌 미완의 프로젝트였을 뿐이다.

관료개혁의 실패는 전략의 부재일 수도 의지의 빈약일 수도 있다. 정치권력은 관료집단을 개혁의 ‘대상’인 동시에 ‘전위대’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관료들은 태생적으로 반(反)개혁적인 법. 자신들이 창출한 구질서를 스스로 타파하라는 건 자기모순이다.

5년 단임이라는 제한된 정치권력의 한계일 수도 있다. 관료들에게 대통령과 장관은 한낱 지나가는 나그네일뿐. 정권 초 바짝 엎드려 있다가 정권의 힘이 약해지면 무서운 복원력을 통해 거꾸로 정치권력을 포획하는 모습. 유한한 정치권력이 영속적인 관료기구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리드하는 건 분명 힘겨워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관료개혁도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관료들은 이번에도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근사한 보고서 작성에 바쁘다. 개방형 공무원 임용 확대, 성과보상 시스템 재설계, 퇴직관료 재취업 감시와 견제 강화 …. 각종 짜깁기 대책들이 그들의 작품으로 발표될 터. 책상에서 만들어진 제도적 보완책만으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미망(迷妄)이다.

결국 정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운영스타일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받아쓰기 장관’들로는 한시적인 개혁의 시간표 속에 노회한 관료들과의 전면전에서 승산이 없다.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해줄 힘 있는 장관들이 강력한 개혁의 전사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내각. 그동안 구두선에만 그쳤던 책임장관제의 실현을 통해 개혁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제도적 접근을 넘어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처절한 쇄신의 바람이 관료사회 현장에 불어야 한다.

2014년 4월16일 젊은 생명들의 참혹한 소멸은 공명이 되어 관료개혁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못다 핀 어린 꽃들의 희생을 눈물로 품고 필사적으로 전진할때만이 오랜세월 누적돼온 부조리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다. 개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탄력 받는 법. 개혁의 공감대가 임계점에 이른 지금, 이런 호기마저 놓친다면 대한민국은 관료공화국의 오명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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