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되뇌임처럼 일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됐고, 급기야 지난 3일 이사회에 대표이사(CEO)와 회장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 단락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사람들은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지켜봐온 터다. 5년 전인 2008년 당시 남중수 사장도 사퇴 압력설에 시달리다 결국 뇌물상납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물러났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 역설적으로 지배구조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11년 전인 2002년 한국통신공사에서 민영화된 KT는 단 1%의 정부 지분도 없는 순도 100% 민간기업. 주요 주주는 외국인(43.9%) 국민연금(8.6%) 미래에셋(4.9%) 등이다.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달 21일 KT의 지배구조를 ‘A+’로 평가했다. 포스코 KB금융그룹 등과 함께 최고 점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좋은 지배구조는 정권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계열사만 52곳인 KT는 사장 감사 등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수백 개다.
정부는 KT에 대해 주인을 찾아주던지, 아니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해 새틀을 짜줘야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KT처럼 주인은 없지만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제 역할하는 이사회와 후계 CEO 양성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이다. ‘경영 그루‘로 꼽히는 잭 웰치 전 회장은 1994년 취임하자 마자 10여명의 내부 후보를 뽑아 6년간 치열하게 경쟁시킨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정했다. 이런 지배구조가 있었기에 GE가 135년 동안 살아남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KT 차기 CEO는 안팎의 어려움을 추수르는 한편 통신에서 파생된 신사업인 IPTV, 미디어콘텐츠, 미디어랩 부문의 사업성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KT는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이 주도하는 IT생태계에서 한 축을 구성하는 핵심 사업자다. ‘업의 본질’을 꿰뚫고 회사를 퀀텀점프시킬 수있는 인물을 CEO로 선임해야 한다. 포스코 KB금융지주의 임직원과 투자자들도 KT의 변화에 관심이 큰 까닭이다.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