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규정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1년 내 같은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수련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후 9월 재응시 인턴에겐 내년 8월까지 수련 이수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레지던트 진입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었다. 레지던트 3~4년차에게는 내년 8월 수련 이수에 맞춰 추가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하도록 했다.
귀가 솔깃할 만도 하지만, 움직임은 거의 없다. 동료 선후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대오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일부 교수들은 새 전공의 충원에 반대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자신이다. 만약 사직 후 하반기에도 지원하지 않으면 내년 2~3월 복귀는 물 건너가게 된다. 내년 9월이나 2026년 3월에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총 2년의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전공의는 입영 대상이라 언제 통지서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지고 가야 한다. 전공의는 수련 시작 전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미리 등록하는데, 병역 규정상 이들이 수련 과정에서 중도 사직하면 빠른시일 내 군의관(군에서 근무)이나 공보의(보건소 등에서 근무)로 입영해야 하는 대상자가 된다. 전공의 중 입영 대상자만 348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사직 후 다른 병원에 전공의로 들어갔다고 해도 입영이 연기되지 않지만, 이번에 한해 레지던트는 9월 재응시해 수련하는 경우 입영연기 조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대 요구 사항 수용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2000명 증원 철회 등을 제외한 6가지를 모두 논의 추진 중이다.
2000명에서 1540명으로 줄어든 증원은 이미 내년 입시요강에 반영돼 이젠 취소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직 전공의들의 출구도 꽉 막힌 상태다. 공자는 ‘시중(時中)’의 자세를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해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정부도 전공의 복귀를 위해 몇 걸음 물러선 상태다. 이젠 전공의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