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에 앞서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조 제2항에서는 ‘사용자는 계속해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동조 제3항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간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해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조항에 따라 기존에는 근속 2년까지 연차휴가가 15일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2017년 11월 28일 법률 제15108호로 삭제돼 근속 2년 동안 총 26개의 연차휴가가 발생하도록 개정됐는데요. 하지만 개정 당시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26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으로 인해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즉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 위 기존 판례의 입장과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을 동시에 적용하면 최대 26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요.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고 개정 이후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1년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연차의 한도인 25일보다 많은 26일의 연차휴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제60조 4항에 따르면 연차휴가는 근속 20년이 넘어야 최대한도인 25일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근속 1년 후 퇴직하는 근로자가 20년 장기근속자보다 많은 연차를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판결)에서는 1년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최대 11일로 판단했는데요. 기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정면으로 상반된 판단을 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또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봐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기존 2005년도 대법원 판결과 상반된 판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탓에 해당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에서는 아직 추가적인 행정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결내용과 이번 판결 내용에 상반된 부분이 존재하고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부재한 탓에 두 입장 가운데서 고용노동부가 일관된 지침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17년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부분인 만큼 이번에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통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이데일리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