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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휴가란 무릇 이래야 한다. 회사일도 잊고, 집안일도 잊고, 키우던 개도 잠시 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릴렉스’. 그러려면 적절한 장소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이 바다가 아니고 계곡이 아닌들 어떠하랴. 몸과 마음이 확 퍼지는 데가 바로 휴가지인 거다. 비누거품이 몽실몽실 피어오른 욕조를 바다 삼아, 그 곁에 우뚝 세운 선인장을 야자수 삼아 진짜 ‘휴가장면’을 연출한 저 여인처럼 말이다.
캔버스에 휴가지를 차린 ‘휴가-나만의 공간’(2017)은 그 누군가의 장편스토리에서 오려낸 한 컷쯤 될까. 존재감 없다는 이들의 존재감을 살려낸 건 주변 장치들이다.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꿈틀대는 배경, 원색이 아닌데도 강렬하게 뻗치는 색감 등이 ‘애니메이션 같은, 만화 같은 일상’을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