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거품 몽실한' 휴가의 정석…임주형 '휴가-나만의 공간'

2017년 작
사람 살아가는 ‘진행 중’ 이야기 풀어낸 작가
영웅 내세우기보다 누군가의 스토리를 관찰
애니메이션 같은, 만화 같은 일상 꿈꾸게 해
  • 등록 2021-07-29 오전 3:20:02

    수정 2021-07-29 오전 5:12:05

임주형 ‘휴가-나만의 공간’(사진=갤러리그리운드시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휴가란 무릇 이래야 한다. 회사일도 잊고, 집안일도 잊고, 키우던 개도 잠시 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릴렉스’. 그러려면 적절한 장소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이 바다가 아니고 계곡이 아닌들 어떠하랴. 몸과 마음이 확 퍼지는 데가 바로 휴가지인 거다. 비누거품이 몽실몽실 피어오른 욕조를 바다 삼아, 그 곁에 우뚝 세운 선인장을 야자수 삼아 진짜 ‘휴가장면’을 연출한 저 여인처럼 말이다.

작가 임주형은 사람이 살아가는 ‘진행 중’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도 스토리가 관건인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력과 무관치 않을 거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으니, 애니메이션에선 마땅히 등장할 영웅이 없다는 거다. “누구도 없지만 누구나 있다”는 그림들은 그렇게 그려졌다.

캔버스에 휴가지를 차린 ‘휴가-나만의 공간’(2017)은 그 누군가의 장편스토리에서 오려낸 한 컷쯤 될까. 존재감 없다는 이들의 존재감을 살려낸 건 주변 장치들이다.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꿈틀대는 배경, 원색이 아닌데도 강렬하게 뻗치는 색감 등이 ‘애니메이션 같은, 만화 같은 일상’을 꿈꾸게 한다.

8월 22일까지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갤러리그라운드시소서 여는 개인전 ‘휴가’(Vacation)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 작가 소장. 갤러리그라운드시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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