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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시중 통화 유동성이 급증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재산이 작년 한 해에만 109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역대 두번째 증가 폭이었다. 가구 당 순자산도 5억원을 넘었고, 특히 가계 순자산 증가율은 12%에 육박하며 역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 5.0…역대 최대치 기록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2일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은 1경7722조2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93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약 9.2배 더 많았다. 국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비교로 총생산으로 순자산 규모를 따라 잡으려면 9년 정도 소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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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차대조표란 매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를 측정한 통계로 국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부동산을 비롯한 비금융자산은 물론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규모 등을 모두 포함한다.
주요 경제주체들의 자산 비중 집중도는 부동산을 비롯한 토지자산에 쏠려 있다. 토지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917조원 늘어, 1년 전에 비해 10.5% 증가했다. 비금융자산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를 기록했다. 지난 2001년 71.1%로 저점을 기록한 후 땅 값 상승 영향에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로 가격 상승 폭이 유달리 컸다.
토지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GDP 대비 토지자산의 배율도 5배를 기록, 지난해(4.6배)보다 더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2년 연속 경신했다. 이는 현재의 명목 GDP 수준으로 토지자산 성장 규모를 따라 잡으려면 약 5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명목 GDP는 0.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토지자산이 10%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으로도 많은 자금이 몰렸으나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이 더 크게 늘면서 순금융자산은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 금융자산은 지난해 4661억달러로 517억달러 줄었다.
‘영끌’한 가계 부동산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순자산 증가
특히 가계의 자산 중 토지자산의 비중 확대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자산은 주거용 부속 토지를 포함한 주택이 5344조원(42.8%), 주택이외 부동산 2419조6000억원(19.4%), 현금 및 예금 1968조4000억원(15.8%),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986조2000억원(7.9%) 등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가계의 자산 확대가 벌어들이는 소득이나 유용할 수 있는 자금 대비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대비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과 부동산자산 배율은 각각 9.6배, 7.2배로 2019년(8.8배, 6.7배)에 비해 상승해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을 각각 10년, 7년 동안 모두 모아야지만 축적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란 뜻이다. 생산적인 소득으로 자산을 불린 것이 아니라 빚을 내 투자 한 뒤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렸거나, 거래 이외에 자산 가격 급등으로 자연스럽게 자산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영향에 가구당 순자산 규모도 늘었다. 정확한 계산은 어려우나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을 추계가구 수로 나누어보면 지난해 5억 1220만원으로 2019년말 4억6297만원 대비 10.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 B/S팀 팀장은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이 지난해 이어 계속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2020년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특히 더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