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관세폭탄 퍼부으면서 손내민 美中…장기전 대비 전열정비

1일 상대국에 '관세폭탄' 투하…12월15일 2차 '관세폭탄' 예고
'소비 국가' 美, 소비자에 역풍…中경제 역시 크게 흔들릴 듯
양 정상, 꿈쩍 않으면서도…협상 테이블만큼은 걷어차지 않아
9월 무역협상 열리더라도 '휴전 정도로 그칠 듯…장기화 양상
  • 등록 2019-09-02 오전 12:00:00

    수정 2019-09-02 오전 12:00:00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한 번 정면충돌했다. 두 정상은 예고한 대로 1일(현지시간) 서로에게 추가 관세폭탄을 날렸다.

추가 관세부과를 수일 앞두고 양측이 돌연 화해 제스처를 보내면서 전면전만은 피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키웠지만 결국 ‘강 대 강’ 국면으로 재진입했다.

핵심 변수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한층 거세진 가운데 추가 관세폭탄까지 주고받으면 양측이 합의한 ‘9월 고위급 무역협상’도 난기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만큼, 9월 협상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일종의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양국 모두 무역전쟁 장기화를 대비한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어 확전은 피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관세 역풍 만만찮아…확전은 피할 듯

트럼프 행정부는 1일 0시1분(한국시간 1일 낮 1시1분)을 기해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12월15일엔 약 156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같은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25%의 관세율도 내달 1일부터 30%로 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12월15일 이후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5% 또는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만리장성이 무색한 ‘전방위적’ 관세장벽이다.

중국의 반격도 매섭다. 중국 당국은 750억달러, 총 5078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5% 또는 10%의 ‘보복 관세’를 1차(1일)와 2차(12월15일)로 나눠 매긴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관세를 부가함으로써 보복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이와 별도로 12월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도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품목에 소비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의류·신발·필기구·기저귀·TV 등 필수 가정용품과 식료품 등이 대다수다. 당장 추수감사절·블랙프라이데이·성탄절로 이어지는 쇼핑 대목을 앞두고 미 경제활동의 70%를 책임지는 소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스티븐 라마 미 의류·신발협회(AAFA) 부회장은 “관세의 타격을 피하고자 수입 품목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토록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만약 12월15일 추가 대중 관세부과까지 현실화한다면 약 800억달러에 달하는 교역 규모를 가진 휴대폰과 랩톱을 포함한 핵심 정보·기술(IT) 제품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기업들도 만만찮은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

겉으론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중국 경제도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 이미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추가관세가 예정대로 모두 집행된다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AFP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나 타결될 듯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협상 테이블만큼은 걷어차지 않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다른 급의 협상이 오늘 잡혀 있다. 우리(미·중)는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고, 이튿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9월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도 “9월 중국 협상팀이 미국에서 협상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만약 9월 무역협상이 열리고, 확전을 자제하는 데 양측이 합의한다고 해도, 무역합의가 당장 이뤄질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이 화웨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 수사당국은 올 초 금융사기기술절취 혐의 등으로 기소한 사안과 외에도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탈취 혐의 및 경쟁업체 직원 채용 관행을 이유로 또다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도 자국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기술적으로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등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무역갈등은 완전한 해소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면적인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적다. 정치적, 심리적 요소가 다분한데다, 갈등이 지속하면 양국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라며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어느 정도의 갈등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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