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2P 대출, 부도율 0% 비결은 데이터"

테라펀딩 양태영 사장 인터뷰
20대부터 경매투자 시작한 전문가
중소 건설업체 살린 부동산 P2P
부도율 0%에 가장 신경 써..대출심사 통과률 5%
본엔젤스로부터 투자 받은 최초 업체
  • 등록 2016-03-08 오전 2:35:19

    수정 2016-03-08 오전 9:21:13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이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부동산으로 돈 벌기 어렵다고요? 전문가에게 맡기면 달라요.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안전하면서도 은행권 예·적금 대비 수익률이 높죠.”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양태영(34) 테라펀딩 대표이사는 저금리 시대 부동산 P2P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빌라 등을 건축하려는 대출자에게는 이자가 비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펀딩(www.terafunding.com)은 국내 1호 부동산 P2P 금융플랫폼이다. 서비스 시작 1년도 안 돼 업계 최초로 누적 투자금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테라펀딩은 2월 17일 기준 누적 투자금액 108억 7천만 원, 연평균 수익률 13.03%, 부도율 0%를 기록 중이다.

테라펀딩은 8퍼센트 같은 신용공여 크라우드 펀딩과 달리, 부동산을 담보로 개인 간 대출을 중계한다. 투자자들에게는 매월 투자금액의 0.1%를, 대출자들에게는 총대출금액의 3%를 받는다.

부도율 제로에 투자액 상환, 수수료 구조까지 튼튼하다 보니, 클라우드 펀딩 업계 최초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엔젤투자자로부터 12억 5000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

20대 때부터 경매투자 시작한 전문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난 양 사장이 부동산 경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부터. 지인 소개로 HSBC 은행 부산지점 여신센터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영업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금수저 쪽은 아니고요, 계약직으로 HSBC 여신센터에서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일을 배웠다”면서 “우연하게 경매하시는 분들과 알게 됐는데, 그분들 소개로 경매에 관심을 갖게됐다. 1000만 원정도 모아둔 돈으로 시작했다. 경매 물건 중에는 몇 만원 짜리 땅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처음 경매로 빌라 하나를 낙찰받아 돈을 좀 벌었다”면서 “직장생활보다 경매가 낫겠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쭉 경매를 해왔다”고 했다.

그가 은행에서 나온 뒤 바로 부동산 P2P 회사를 차린 건 아니다. 2009년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 회사, 2011년 직방 같은 부동산 직거래 회사를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양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두 회사에 모아둔 돈을 투자했는데, 망한 케이스죠”라면서 “그때 테크크런치에서 부동산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테라펀딩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이사
또 “어찌 보면 예전에 경매 물건에 투자할 때도 주변에 좋은 물건이 있으면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끼리 공동 투자 했었다”면서, “크라우드펀딩은 오프라인 사모임을 온라인 공모 형태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다.

법 공부가 필요한 부동산 투자

법률 자문을 구하니 ‘유사수신 행위’라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리서치를 해보니 2007년부터 신용 크라우드 펀딩 업체가 2개 있더라. 팝펀딩과 머니옥션이었는데, 팝펀딩은 저축은행을 끼고 머니옥션은 자회사로 대부업체를 만들어서 했다. 하지만, 대부업은 수신기능이 없어 당시 금융위원회에 머니옥션 약관을 보내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금융위에서 ‘답하기 모호하다’는 답변을 듣고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해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회에서 크라우드 펀딩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법적인 장벽은 넘었지만, 부동산 P2P 대출에 맞는 틈새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양 대표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은행에 가면 이자율 3%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굳이 크라우드 펀딩 업체에 올까 하는 게 고민이었다”면서 “그러다 본 게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었다”고 말했다.

은행에선 대출받기 어려운 곳, 그러면서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고객이 된 것이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여럿이거나 토지경매 소유자가 다르거나 건물이 공사 중 부도가 났거나 하는 경우 땅은 담보가 되나 대출은 쉽지 않다”면서 “이런 대출자의 니즈와 1년 이상 투자하지 않으려 하는 저희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시장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테라펀딩은 빌라 10세대, 30세대를 건축하려는 건축주 등에 관심을 둔다. P2P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이후 건물이 완공되면 시중은행에 가서 담보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갚는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중소 건설업체 살린 부동산 P2P, 운도 따라

그는 “예전에 경매 물건을 보러 가면 솔로몬저축은행 등에서 90%를 대출해준다는 명함을 주곤 했다”면서 “하지만 대부업 등에서 돈을 빌리면 수수료 5~10%에 금리도 연 40%에 육박해 너무 비쌌다”고 기억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감독을 강화하고 여신한도 기준비율 규제를 강화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도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예전과 달리 저축은행 등에서 감정평가도 심사평가도 관리감독도 모두 외주로 하다 보니 부대비용이 늘었고, 이게 차주에게 넘어가 이 비용을 다 부담하고 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저축은행에서 부동산 관련 담보 대출로 흘러가던 시장이 10조~12조 정도 됐는데, 규제 강화로 2013년부터 2조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드디어 테라펀딩이 공략할 시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이사
부도율 0%에 가장 신경…대출심사 통과 비율은 5%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손실이다. 대출심사는 실제 투자자 모집이 이뤄지는 심의통과 비율이 5.56%를 불과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부도율 0% 신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대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갖고 있다”며 “우선 대출기간을 넉넉히 잡아 해당 건물이 분양되도록 배려하고, 분양될 지 아닐지 지역 데이터 분석을 통해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분양성을 예측해도 메르스 사태 같은 천재지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럴경우 준공 이후 가치를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예측한다. 약 60% 정도 은행 대출이 나온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대여한 금액이 돼 회수할 수 있다. 대환대출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양도, 대환대출도 안 되면 어떻게 할까. 양 대표는 “그럴때는 전세로 전환하거나 경공매를 진행한다”며 “이때 유사 물건의 낙찰률을 분석해 우리가 몇 %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테라펀딩만의 강점은 안전성

그는 대출자를 만날 때 온전한 담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인터뷰를 거친다고 했다. 테라의 대출심사는 까다롭지만 심사 하루, 인터뷰 하루, 현장실사 하루, 최종 결정 하루 등 보통 4~5일 내에 결정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원가입을 하고 최소 100만 원 이상 투자하면서 물건을 선택하면 된다.

양 대표는 “최근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물건을 올리면 거의 당일 투자가 마감된다”며 “투자자들은 가상계좌에 돈을 예치하고, 이 돈은 신탁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테라펀딩만의 장점으로는 부동산 전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를테면 짓고 있는 건물에 부도가 났을 때에 대비해 우리는 토지에 근저당만 설정하는 게 아니라 토지를 신탁사 명의로 옮겨 둔다”며 “그러면 개발하시는 분들이 다른 곳에서 부도가 나서 연쇄 부도가 돼도 다른 채권자 때문에 땅이 경매로 넘어가지 않는다. 경매로 넘어가 다른 분이 낙찰되면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만, 신탁사 소유 명의로 옮겨두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P2P 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기업들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그는 “전문적 지식 없이 뛰어든 플랫폼때문에 고객 피해가 생기면 크라우드 펀딩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8퍼센트 같은 우수한 선발 기업들과 관련 협회를 만들어 시장 자정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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