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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33회 파리 하계올림픽(2024 파리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이다. 기존 설비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자원 투입을 최소화하고 쓰임새는 대회 이후까지 최대한 길게 가져간다는 ‘친환경 올림픽’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대회 준비부터 운영, 사후 활용에 이르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가 핵심이다.
대회 기간(7월 26일~8월 11일)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대회(350만 톤)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최근 목표치를 158만에서 190만 톤(tCO2)으로 20% 상향했지만, 감축량만 놓고 보면 보잉787 항공기(최대 탑승인원 440명)가 파리에서 5833㎞ 떨어진 뉴욕까지 1500회 왕복 운항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최근 공식 기자회견에서 “130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으로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최고의 유산으로 남기는 최초의 올림픽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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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대회를 향한 파리올림픽의 열정과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된 분야는 경기장, 선수촌 등 대회 시설이다. 전체 35개 시설 가운데 신축 건물은 아쿠아틱 수영과 다이빙, 수구 경기가 열리는 아쿠아틱 센터, 선수단 숙소인 올림픽 빌리지, 미디어 빌리지 단 3개가 전부다. 아쿠아틱 센터는 2025년부터 시민을 위한 생활체육시설로 재개관한다. 82개 동, 2400세대 올림픽 빌리지는 센생드니 시민의 주거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신축 시설은 전체의 50% 이상을 목재 등 천연 자재로 사용하고, 필요한 전력을 100% 자체 충당할 수 있도록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아쿠아틱 센터는 관중석 전체를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재생 의자로 채웠다. 지난달 공개한 에펠탑을 형상화한 시상대 제작에는 프랑스산 목재와 100% 재활용 플라스틱이 소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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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기에 쓰이는 약 200만 개의 운동기구 중 75%를 종목별 연맹에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쓴다. 선수촌과 사무국, 미디어 센터 등에 들어가는 침대와 책상, 테이블, 의자 등 가구는 80만 개에서 60만 개로 숫자를 줄이고, TV와 컴퓨터, 프린터 등 전자기기도 대부분을 임대해 사용한다. 조지나 그레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장은 최근 AFP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600만 개에 달하는 물품과 장비의 90%를 대회 이후에 재사용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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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폐기물은 조직위가 친환경 올림픽을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전체 탄소배출량의 40%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리시는 대회 기간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의 원활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평소보다 15% 늘릴 계획이다. 반대 여론에도 다음달 20일부터 두 달간 2.15유로이던 지하철 요금을 4유로로 2배 가까이 인상하기로 한 것도 운행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가장 큰 이유다. 시내엔 총 2만 대까지 수용이 가능한 자전거 전용 주차공간과 총연장 400㎞의 자전거 도로도 조성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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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입장 시 텀블러 소지를 금지한 규정을 푸는 대신 플라스틱 소재 페트병 반입을 금지한다.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 용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마라톤 등 경기에도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사용한다.
나무 심기 등 탄소배출 상쇄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파리시는 산책로 등 도시 전역에 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녹지 공간을 늘렸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올림픽 개최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2000만 유로(약 296억 원)를 투입해 파리 도심 외곽에 최대 100개의 도시농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