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게시된 텔레그램 채널 접속 링크를 받아 음란물을 시청한 것은 개정 전 청소년성보호법으로는 처벌이 불가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텔레그램 채널 접속 링크를 받은 행위는 음란물 ‘소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 이후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돼 이제는 아동·성착취물을 시청한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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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음란물이 게시된 텔레그램 채널의 접속 링크를 소지한 A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지난 2020년 2월 16일 트위터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광고를 보고 텔레그램 대화에 참여했다. A씨는 8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전송한 대가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211개가 저장돼 있는 고액방 텔레그램 접속 링크를 휴대전화로 전송받아 시청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음란물 소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과 2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러나 2심은 1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청소년보호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만 처벌하고, 인터넷으로 단순히 시청하는 행위나 시청을 위해 접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소지’로 보아 처벌한다면, 결국 시청을 위한 접근 방법이 스트리밍인지, 텔레그램 채널 입장인지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달라지게 돼 불합리하다”며 “피고인이 ‘소지’로 평가할 수 있을 만한 행위에 나아가지 않은 이상, 단순 구입·시청 행위를 모두 ‘소지’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의 ‘소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2020년 6월 2일 청소년성보호법 11조 5항은 개정됐다. 현재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