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도 뽑아요?"…깜깜이·복마전 된 교육감선거

[깜깜이 교육감선거]56%가 관심없다는 선거
정당공천 못 받아 수십억 선거비용 사비로 충당
2007년 직선 도입 후 교육감 11명 비리로 유죄
단일화가 선거결과 좌우…“교육의 정치화” 우려
  • 등록 2022-05-25 오전 4:50:56

    수정 2022-05-25 오후 4:34:15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 등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도 같이 뽑아야 하는지 몰랐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이모(27)씨는 다음달 1일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국 시도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초·중등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유권자들은 대부분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당 공천도 받지 못하기에 후보들의 이념성향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까지 함께 선출된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에도 후보·공약은 모른 채 ‘지인에게 물어보겠다’는 학부모도 있다.

일산에서 중3 자녀를 키우는 최모(47)씨는 “요즘 맘 카페에 교육감선거 관련 정보가 올라오긴 하는데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 후보·공약은 모른다”며 “선거 직전에 지인한테 물어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선거 관심 없다” 56.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치러진 7회 지방선거 이후 공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감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43.6%에 그쳤다. 관심 없다는 응답이 56.4%로 절반을 넘은 것이다. 반면 광역단체장(72.9%)이나 기초단체장(66.9%)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교육감 선거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

과거 대통령 임명제였던 교육감은 1998년 지방자치시대 출범 후 한동안 간선제(시도의회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선출)를 유지하다가 2007년부터 직선제가 도입됐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와 함께 치러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인지도는 낮다. 만약 교육감선거가 시도지사 선거와 분리돼 치러진다면 투표율은 10%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권자들이 후보·공약을 모른 채 투표장으로 향하는 ‘깜깜이’ 선거다보니 선거비용은 만만치 않게 든다. 교육감선거는 정당의 개입을 원천 차단했기에 후보들은 선거자금을 ‘각자도생’으로 조달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 61명이 사용한 선거 비는 총 677억원이다. 1인당 11억원이 넘는 규모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평균 비용을 상회했다. 당시 선거에서 각각 서울·경기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는 28억원을, 이재정 후보는 39억원을 썼다.

물론 공직선거법에 따라 득표율 15% 이상을 얻으면 선거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선거를 치른 뒤의 일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소요되는 수십억 원의 선거 비용은 후보 개인이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교육감선거 당선자가 비리에 연루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뇌물수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교육감은 모두 11명으로 나타났다. 2014년 당선된 이청연 전 인천교육감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는 2015년 관내 고등학교 두 곳의 신축·이전 공사 시공권을 주는 대가로 받은 뇌물로 선거비용을 회수하려는 목적이 컸다.

교육감 후보 많은 지역(그래픽=김정훈 기자)


단일화에 따라 갈리는 선거 결과

후보 당 수십억 원의 선거비용이 들지만, 정작 선거결과는 단일화 여부에 따라 갈린다. 서울에선 보수진영이 단일화에 진통을 겪으면서 조희연 현 교육감의 3선 당선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15일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희연 후보가 17.4%로, 보수후보 3명(조전혁·박선영·조영달)의 지지율(14.1%)을 앞섰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보수·진보진영이 결집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20일 오마이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보수 후보 3명의 지지율 합계(38.4%)가 조희연 후보의 지지율(26.7%)을 11%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진영이 막판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역전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최근 박선영·조전혁 후보 간 욕설 논란으로 단일화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가장 이유도 단일화에서 찾을 수 있어서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선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진영이 17개 시·도 중 대전·대구·경북을 제외한 14곳에서 승리했다.

경기도에선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한 보수진영의 임태희(전 고용부장관) 후보가 성기선(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후보를 10%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18일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선 임 후보가 37.2%, 성 후보가 27.1%의 지지율을 보였다. 부산은 지난 18일 발표된 부산KBS·부산MBC 공동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16~17일 조사) 결과 현직인 김석준 후보가 21.2%, 하윤수 후보(전 교총 회장)가 15.4%로 김 후보가 우세를 보였지만, 유보 응답이 63%에 달하면서 하 후보의 역전가능성을 열어 놨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반면 중도·보수 후보가 분열양상을 보이는 인천은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현직 도성훈 후보의 지지율이 12.5%로, 나머지 후보 2명(최계운·서정호)의 지지율을 합한 10.1%보다 높았다. 대전은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에서 현직인 설동호 교육감이 35.7%로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한 진보 3명(성광진·김동석·정상신)의 지지율 합계(30.4%)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교육감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교육정책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 때만 되면 선거공학적인 후보 단일화 얘기가 거론되는 등 교육이 정치화되고 있다”며 “교육이 정치와 이념에 매몰되면 학생들을 위한, 현장 중심의 교육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유죄판결을 받은 교육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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