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26일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서울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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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를 전면 보류하겠다.”
지난해 8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직전 달인 7월 싱가포르 출장에서 밝힌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이 주택시장 과열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박 시장 발언이 서울 집값을 들끓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5개월여가 지난 현 주택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져 있다. 지난해 7~8월 당시 월 평균 1% 넘게 뜀박질하며 무섭게 질주하던 서울 주택시장은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빠르게 식으며 이달 둘째 주까지 10주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 고강도 세제·대출 규제를 꼽는다. 9·13 대책에서 1주택자 이상 보유 가구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초과 고가주택은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1주택자 공시가격 9억원·다주택자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의 세율도 올해 0.6~3.2%로 대폭 강화된다. 종부세 부담 상한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게는 현행 150%에서 200%로, 3주택 이상자에게는 150%에서 300%로 확대된다. 한마디로 현 주택시장은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 매매거래가 뚝 끊어진 상황에서 양도세 부담이 높아 집을 팔기도 어려운데 그렇다고 집을 보유하자니 세 부담이 대폭 높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 지난해 8월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전면 보류됐던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이 최근 침체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을 되살릴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용산구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지인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전경. [사진=용산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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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주택시장은 메머드급 개발 호재에도 꿈쩍 않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사업 추진 7년 만에 예비타당성을 통과하고, GTX-A 노선은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의 사옥으로 사용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이 최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사업지 인근 도시 전경과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키는 대형 개발 사업임에도 주택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않다
일각에서는 집값 급등의 진앙으로 지목됐던 여의도와 용산 개발 재추진을 주목하고 있다. 주거시설 뿐만 아니라 상업, 문화, 교통·관광·금융 등이 집결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주택시장 상승을 재가동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서울시가 ‘서울시정 4개년(2019~2022년) 계획’에서 용산 전자상가 일대에 200억원을 들여 창업거주복합시설을 세우는 Y밸리 사업과 여의도·마포에 블록체인과 핀테크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주택시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전체 밑그림인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는 것에 이렇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개발 계획발표는)주택시장 잠잠해질 때까지 좀 더 보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이상 주택시장이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대형 개발 호재가 나온다고 해도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