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딜레마에 빠진 여의도 개발

  • 등록 2018-07-20 오전 5:00:00

    수정 2018-07-20 오전 5: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부동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

서울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발단은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할 계획”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 마디였다. 리콴유세계도시상을 수상하고자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그는 서울시 도시계획에 변화를 줄 뜻을 밝혔다.

정부가 잇따라 대출·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이후 열기가 식어가던 부동산 시장엔 호재로 작용했다. “앞으로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언제 사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온다”(서울 여의도 D부동산중개업소)고 한다. 반대로 집을 내놨던 매도자는 마음이 느긋해졌다. 아파트 단지마다 한두 건 나와있던 매물은 박 시장의 발언이 나온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제 매매값도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영등포구 아파트 매매값은 한 주 새 0.24% 상승했다. 서울 평균치(0.10%)는 물론 지난주 상승률(0.20%)보다도 오름 폭이 확대됐다.

한 발 빠르게 시장이 반응하자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려던 서울시는 조심스러워졌다. 이대로 밀어붙이기엔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계획 진척을 미적대기엔 외려 시장에 불쏘시개를 더 던져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르면 다음달로 잡았던 발표 시점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여의도 주민과 서울시민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내놨지만 결국 주민들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이번 시장 임기 이후 대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박 시장이 ‘치적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7년 전 보궐선거로 시정에 첫 발을 디뎠던 당시 박 시장은 “아무것도 안하는 시장이 되고 싶다”며 한두 개의 ‘보여주기’식 성과물에 집착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집값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는, 설익은 계획 대신 서울의 30년, 50년 후를 위한 큰 그림이 나오길 바란다.

2030 서울플랜(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중심지 간 연계와 인접 도시와의 상생발전을 위한 도시 축.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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