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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성장세는 틀림없다. 지난해 미술경매 낙찰총액은 1900여억원(1890억 6512만원)으로 마무리됐다. 2016년 1720여억원에 비해 다소 늘었다. 2014년 전년 대비 35% 성장한 971억원에 이어 2015년 1880억원을 찍고 난 뒤 외부여건에 영향을 받은 2016년 주춤했다가 2017년 다시 뻗쳐오른 모양새다.
문제는 ‘쏠림’이다. 당장 눈에 띄는 건 국내 경매시장서 양대산맥을 세우고 있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비중이다. 한국미술시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두 경매사는 거의 압도적이라고 할 89%(1689억원)의 시장점유율을 과시했다. 서울옥션이 50%(950억원), 케이옥션이 39%(739억원)였다. 그 뒤를 마이아트옥션(55억원), 아이옥션(42억원), 에이옥션(32억원), 칸옥션(27억원) 등이 잇고 있는데 1·2위에 비해 순위가 무색하다.
이보다 더 큰 쏠림은 ‘김환기’(1913∼1974)다. ‘미술계 블루칩’으로 경매시장을 이끌고 있는 김환기의 진가는 지난해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특히 4월에는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서 가장 비싼 작품이 된 ‘고요 5-Ⅳ-73 #310’을 앞세워 254억원을 끊으며 낙찰총액 1위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기록한 415억원에 비해선 줄었다지만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 미술경매시장은 당장 쏠림을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건가에 모인다. 가장 큰 관건은 ‘포스트 김환기’가 있느냐의 여부. 거칠게 말해 지난해 낙찰총액의 13%, 2016년 24% 등 오로지 김환기로 모인 컬렉터의 관심을 대체할 ‘품목’이 있느냐는 거다. 이외에 미술경매의 문턱을 낮춘 ‘온라인경매’, 근현대미술품에 집중했던 관심을 분산시킨 ‘고미술품’ 등도 들여다봐야 할 조건이자 과제다. 미술경매시장 2000억원 시대를 열 ‘코드 3’다.
△‘국내 경매가 톱10’에 8작품…싹쓸이 김환기 ‘포스트’ 찾아야
1973년 작 ‘고요 5-Ⅳ-73 #310’(65억 5000만원), 1964년 작 ‘모닝스타’(39억원), 1972년 작 ‘18-Ⅱ72 #221’(21억 6800만원), 1974년 작 ‘4-Ⅵ-74 #334’(20억 8200만원), 1957년 작 ‘산월’(16억원) 등. 지난해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팔린 김환기의 작품들이다. 10위권에만 이들 다섯 작품을 올렸다. 전체적으론 164점을 출품, 125점을 낙찰받아 낙찰률 76.22%를 냈다. 254억원 9800만여원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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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만 열광한 것도 아니다. ‘고요’가 케이옥션의 국내 경매에서 팔린 데 비해 ‘모닝스타’(2위), ‘18-Ⅱ72 #221’(5위), ‘4-Ⅵ-74 #334’(6위)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팔려나갔다. 다만 지난해의 성과라면 ‘김환기=전면점화’란 공식에 금을 냈다는 점. ‘모닝스타’와 ‘산월(9위) 등은 김환기 초기의 반추상화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김환기 쏠림’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슬슬 삐져나왔다. 기대치는 여전하지만 김환기로 인해 삐끗할 수 있는 시장상황에 대한 걱정이다. 화랑계 한 인사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검증받은 상품에 투자하려는 자본의 쏠림이 심해졌다”며 “당분간 ‘블루칩’ 김환기의 독주를 막을 대안이 부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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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매시장의 양대산맥조차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손지성 서울옥션 홍보팀장은 “해외에 김환기를 알리는 작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난해 ‘모닝스타’가 거둔 성과에 기반해 옛 작품들을 발굴, 글로벌컬렉터와의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옥션도 다르지 않다. 손이천 홍보실장은 “국내선 아직 100억원대 작품이 없다”며 “김환기의 좋은 작품을 더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당장 경매에 올릴 대체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김환기 혹은 단색화로의 쏠림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받은 건 몇몇 작품이 아니라 근현대작가들이 일궈온 시대적 배경·성과의 종합편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근시안적인 발굴보다는 이후를 이어갈 장르나 코드를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안은 경매시장을 둘러싼 영역과의 협업을 통해 단단한 미술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제시한다. “경매 안팎의 미술관·아트페어 등과 콜래보를 형성하면 작가발굴이나 작가에 대한 신뢰 구축 등에서 동시에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미술품 대중화 기여 ‘온라인경매’…디지털 대세로 부상
김환기에 편중한 관심을 완화시킬 장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온라인경매가 있다. 굳이 경매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클릭 한번으로 눈여겨봤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편리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이 강점이다. 이를 무기로 온라인경매가 다양한 미술품의 대중화와 맞물려 주목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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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의견 역시 대체로 일치한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미술인구의 저변확대가 아니냐”며 “온라인경매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낙찰총액을 떠나 성장의 과도기로 보고 적극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김윤섭 소장은 온라인경매가 지닌 ‘양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차시장(화랑·메이저경매)과 달리 움직이는 2차시장(온라인경매)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시장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안 되고 컬렉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다 가격불신까지 겹치면 소극화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디지털시대에 온라인경매는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희소성·작품성 재평가 ‘고미술품’…저평가 한계 넘어 상승세
올해 주시해야 할 또 다른 코드는 ‘고미술품’이다. 최근 경매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로 단연 고미술에 대한 ‘실감나는’ 인기가 꼽힌다. 서울옥션의 경우 지난해 406점을 출품해 315점을 팔며 78%의 낙찰률(낙찰총액 103억원)을 써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100%, 11월에는 91%란 성적을 과시하기도 했다.
출품작도 다양하다. 서울옥션은 단원 김홍도의 ‘화첩’(4억원), 석지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어진’(2억원) 등 알려진 작가의 작품 외에도 작자미상의 ‘백자청화산수문육각주자’(7억 3000만원), ‘책가도’(5억 4000만원) 등이 높은 가격을 받으며 고미술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케이옥션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으로 시선을 끈 ‘유가사지론 권66’(1억 5000만원),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안중근 의사의 옥중유목 ‘세심대’(4억원) 등을 낙찰시키며 화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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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계는 “오랜 조정기를 거친 고미술품의 희소성·작품성이 이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위작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더 큰 고미술품에 대한 감정을 강화한 점도 인기상승의 요인으로 꼽는다. 경매시장 역시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올해의 판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그간 저평가됐던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투자대상이란 요소에서 볼 때 근현대미술품에 비해 저렴한 고미술품에 대한 기대심리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