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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탁(이하 이):수몰된 지구에서 문명이 단절되고 유적들을 헤매며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노미영 작가의 담당 편집자가 바다괴물만화를 그리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구상하고 있던 ‘아포칼립스’ 소재와 제안 받았던 괴수물을 한데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바다 밖에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생존해 나간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재난인데, 이에 더해 괴물들에게 쫒기기까지 해야하는 설정은 사람들을 밑바닥까지 몰아치기 좋은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촘촘하면서도 방대한 세계관이 놀랍습니다. 세계관 설정에 있어 모티브를 받거나 참고했던 작품이 있는지요.
이: 가장 먼저 소설 ‘모비딕’을 정독했구요.(책이 그렇게 두꺼울 줄 몰랐어요) 게임과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데 게임은 ‘바이오쇼크’, ‘스타크래프트’, ‘데드스페이스’를, 영화는 ‘어비스’, ‘에얼리언’, ‘매드맥스’, ‘워터월드’, ‘스타쉽트루퍼스’, ‘혹성탈출’, ‘죠스’를, 만화는 디즈니 ‘아틀란티스’, ‘청의 6호’ 그리고 ‘미래소년 코난’, ‘취성의 가르간티아’, ‘피안도’, ‘간츠’ 등을 봤습니다. 일러스트는 ‘듀갈 딕슨’, ‘이안 맥큐’ 등의 작품을 많이 접했습니다. 더 많이 찾아봤었는데 바로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본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은 정말 강하게 각인돼 있었습니다. ‘모티브를 따와야지’라고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만들고 보니 스스로도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공각기동대-어라이즈’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하다 일본 만화시장에서 일하게 됐는지 배경이 궁금합니다. 또한 일본 만화시장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노미영(이하 노): 과거 판타지 만화 ‘살례탑’을 완결하고 한동안 학습만화를 작업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함께 학습만화를 작업했던 편집장의 소개로 일본잡지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첫 작품 완결 후에 두 번째 연재를 따기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녀봤지만 일이 잘풀리지 않더군요. 첫 작품은 일본 스토리 작가님의 명성에 기댔던 측면이 많았는데 그 분과 떨어지자, 노미영이라는 만화가는 일본에선 신인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닥 부터 다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히어로즈’라는 잡지의 신인작가 공모전에도 내보고 단편콘티를 주로 짜서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니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다녔던 출판사 중 하나가 ‘고단샤’(일본의 대표 출판사)의 ‘영매거진’이었구요. 그때 만났던 편집자께서 ‘공각기동대’ 담당자였던 인연으로 ‘공각기동대’란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연재작 이후의 과정 자체는 다른 일본의 신인작가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 만화시장은 한국과는 결이 무척 다르다고 할수 있겠는데요. 일단 잡지판매 수익으로 원고료를 받고 그 연재분을 모아 책을 판매하는 수익구조의 일본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만드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매체가 종이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전자책 이용자들이 급증하는 것에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도 (모바일에서 보기에 최적화된) 한국의 횡스크롤 방식의 만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만화시장 전체는 아니지만 웹 만화의 경우 일부분은 한국시장과 비슷해 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다보면 가상의 세계이지만 현실 속 인간들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많이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작가님의 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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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저 같은 경우는 페이지 만화 형식으로 제작을 하고 이를 횡스크롤 형식으로 후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 자체는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페이지 뷰는 양면페이지를 전체 다 쓰면 화면이 확장되는 느낌이 강한데요. 횡스크롤은 화면이 확장된다기 보다는 아래로 연속된다는 느낌입니다. 그 컷의 연속성을 잘 이용하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에 서있는 연출도 가능한 독특한 뷰방식입니다. 방식이 달라서 제가 하는 방식으로 콘티를 짜면 그 연속성이 조금깨지는 느낌입니다. 컷과 컷이 뚝뚝 끊기고 이야기 진행 속도가 좀 빠른감이 있어요. 아직 횡스크롤의 호흡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힘든점은 역시 컬러의 유무인 것 같아요. 흑과 백으로 만화를 만들다가 갑자기 풀컬러 만화를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구요. 색깔이나 느낌을 말로 설명한다는게 힘든일 인지라 컬러는 대부분 화실에서 채색해주시는 분들의 실력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유니온이라는 집단을 보면 작가님께서 각각 다른 성격을 부여한 듯합니다. 유니온이 ‘심해수’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 수몰된 지구에서 사람들이 생존하기위해 전 세계 큰 항구에서 저마다 배를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떠다니는 도시가 유니온입니다. 현재 만화에선 주인공 보타의 아버지가 있었던 유니온 부산과 좌초된 유니온 홍콩이 등장했습니다. 각각의 유니온들은 작품속에서 성격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유니온 부산의 경우에는 ‘국가’의 의미라고 생각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향후 큰 틀에서의 내용 전개를 듣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뼈대는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결말은 노미영 작가와 아직도 논의(싸움)중 입니다.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계속 고민 중입니다. 보타에게는 개인적인 성장과 생존을 건 싸움이지만 큰 틀의 이야기라면 ‘심해수’는 종과 종간의 싸움을 그린 만화입니다. 인류는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유적을 파헤쳐 자원을 구하고 이 과정에서 심해수의 터전을 파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해수에게는 반대로 인류가 재앙인 셈이겠지요.
최근 ‘오늘의 우리만화대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현재 월간 연재하는 방식이 전반적인 퀄리티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작가님 입장에선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노: 축하 감사합니다. 의미깊은 상을 받아서 무척 기쁘고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월간연재로 밀도있는 작품을 그릴수있게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해준 투믹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험적인 투믹스의 시도 덕에 주간연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고의 완성도를 올릴수 있는 여유가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덕에 그림에 더 공을들이고, 나오는 오브젝트들의 디자인을 고민해보며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마음에 들때까지 수정하기도 합니다. 월간 시스템이 아니었더라면 이정도의 퀄리티향상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간의 장점인 작업시간 확보로 인해 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시도되지 않을까 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을 구상하고 있다면 살짝 귀띔해주세요.
이: 첫 번째는 투믹스에서 시즌1으로 휴재 중인 ‘형사 기토’의 완결입니다. 그 이후는 부부가 각자 갈길 가는걸로…. 더 이상의 협업은 없습니다.(웃음)
노: 지금은 ‘심해수’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만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의 목표는 심해수의 완벽한 완결입니다. 두 번째는 꿰다가 만 구슬, ‘형사 기토’의 완결입니다. 그후는 일본에서 게제됐던 3부작 단편작품이 있는데 원래 중편작품이었었거든요. 이를 본래의 모습으로 발표해보고 싶어요.
<이데일리>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노&이:이데일리 독자 여러분. 4년전 처음 ‘심해수’를 기획했는데 드디어 올해 독자 여러분들께 선보이게 돼 너무 기쁩니다! 보타와 리타 남매와 함께 저희가 상상한 세상을 모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간 중간 심해수 출몰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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