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주택시장의 구조변화… 전세제도 사라질 수도

  • 등록 2013-09-30 오전 6:00:03

    수정 2013-09-30 오전 6:00:03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소장 김유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산업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주택 매매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소장
이와 같은 시각에는 주택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자산가치가 임대소득과 주거 편익의 가치로 바뀌어 주택 및 임대시장의 수급변화를 유도하고, 모기지 금융 등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금융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내포돼 있다.

따라서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면 주택시장에는 실수요자만 남게 되고, 임대시장에서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추론적 분석도 가능하다. 이에 기초해 주택시장의 구조변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첫째, 국내 주택산업이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으로 이원화되는 시장분할(market segmentation)이 강화되면서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의 시장구조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국내 주택시장이 주택을 보유하는 매매시장과 주택을 소비하는 월세시장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내 주택산업에서 전세제도가 지닌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시장의 변화가 전세제도의 퇴진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임대시장에서 월세로의 구조변화가 기존의 전세제도를 대체하기보다는 월세와 전세가 지닌 시장 특성을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즉, 매매시장과 월세 시장은 점차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는 시장으로 발전하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닌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는 임대시장의 구조변화가 건설 부문에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주택을 소비하는 임대시장은 아직 초기 시장진입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점차 월세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건설 부문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산업은 분양사업에 대한 집중도와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대외충격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임대시장의 성장은 건설산업을 둘러싼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임대사업에 진출할 경우, 사업구조 및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고질적인 사업편중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금융 정책이 추진되면서 모기지금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기지금융으로의 대출구조 변화는 주택금융 선진화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출구조(거치식, 만기 일시상환, 원리금 균등 분할 등)가 점차 장기 모기지대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주택금융은 대출기간 중 상환흐름의 변동을 초래해 가계를 소득 및 주택가격 충격에 노출시키는 등 실수요보다는 투기적 수요에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주택모기지 금융이 활성화될 경우 국내 주택시장에서 투기적 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주택산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투자 가치(합리적 버블)가 존재하지 않는 주택시장은 경기 순환주기가 둔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는 최근 주택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시장 구조의 변화가 주택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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