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복수 후보 심사는 지난 13일 구 대표가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주요 주주의 우려를 고려해 복수의 후보 심사를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사회와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구 대표는 왜 여럿이 함께 경쟁하자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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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CEO선임 프로세스에 꼭 어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국민연금이라는 주요 주주가 그 프로세스가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우려를 풀어주는 게 회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의 결과, 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KT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CEO가 선정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지 않느냐”라고 언급했다.
2011년 이석채 회장(CEO) 당시 만들어진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 제7조에 따르면 ‘현 CEO 임기만료 3개월 전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하나, 이사회가 현직 대표이사에 대해 연임 우선심사를 결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게 진행된다. 구 대표가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해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 분산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현 CEO 우선 심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이뤄진 일이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배구조 정립을 위한 심사에 들어갔다. 다른 후보도 찾고 있다. 지배구조위 운영규정 6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후보자군 구성을 위해 이사의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인선자문단을 구성할 수도 있다. 외부 공모도 가능하나, 규정에 해야 한다고 돼 있진 않다.
구 대표의 복수 후보 심사 요청 이후 외부로 드러난 게 거의 없다 보니 ‘깜깜이 심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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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에서는 경제가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점,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 복수 후보를 실질적으로 경쟁시켜보는 것, 규정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 과정은 공개하지 않지만, 최종 차기 CEO 후보 선정 이후에는 투명하게 밝힐 것으로 보인다. KT 안팎에서는 경쟁 회사들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까지 마무리한 상황에서 자산총액 42조 900억 원, 사원 수 5만 8040명(공정거래위원회·2021년 12월 31일 기준)인 KT 그룹의 차기 CEO 선임이 지나치게 늦어지면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오랜만에 통화한 김에 현 CEO로서의 외부 평가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구 대표는 탁월한 경영실적으로 주식 시장과 1만 6,000명을 조합원으로 둔 KT노동조합,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선 통신 업계 맏형으로서 설비 투자가 미흡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객관적 사실을 강조하는 평소 모습대로 사실 관계부터 언급했다. 구 대표는 “5G 초기 투자가 있었던 2019년에는 지금 투자하는 것보다 4000억 원 정도 많았지만 2014년부터 2021년까지의 투자액을 비교해보면 2020년, 2021년이 다른 해에 비해 많게는 8000억 원, 적게도 3000억 원가량 늘어난 2조 8000억 대를 투자하고 있다. 올해도 유사한 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투자 중 디지털전환 쪽인 IT 투자는 분명히 투자인데 비용으로 잡히는 게 많다. 재무제표상 CAPEX(설비투자)가 아니라 OPEX(운영지출)로 잡힌다. 그것까지 투자성 비용으로 보면 3년 동안 3조 1000억 원 이상을 균등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투자 구성이 달라지다 보니 투자가 줄어서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만약 차기 CEO로 최종 선임된다면 투자, 특히 고용에 힘쓰겠다는 말도 남겼다. 구 대표는 “경제가 워낙 안 좋다. 차기 CEO가 된다면 내년 투자에는 더 신경 쓸 것”이라면서 “특히 고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