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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활짝 만개한 꽃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미·카네이션·맨드라미·제비꽃·소국·수국 등 계절을 따지지 않은 꽃밭이다. 멀찌감치 선인장까지 들였으니 총출동이라고 할까. 가히 꽃들의 가족사진이다. 그런데 꽃구경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다른 형상이 보인다. 진짜 가족사진 말이다. 앉고 선 사람들의 모습하며 구도까지, 그저 붓으로 얼굴 대신 꽃만 피워 올릴 뿐.
그림은 작가 허보리(39)가 화폭에 옮겨낸 가족의 시간이다. 작가는 꽃과 풀을 즐겨 그린다. 무더기로 피우고 흘리곤 ‘그들의 초상화’라 이름을 단다. 화사하고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밝지 않은 분위기에, 비장하기까지 한 꿈틀거림을 들이기도 하니까.
참고로 작품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저 안에 만화가 허영만(80) 화백이 보일 수도 있다. 맞다. 작가는 허 화백의 딸이다.
6월 6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33 헬리오아트서 여는 개인전 ‘풀 불 물’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7×91㎝. 작가 소장. 헬리오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