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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잉바르 캄프라드’(1926∼2018).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스웨덴인이 이케아를 설립했다. 통신판매회사로 이케아를 세운 1943년 당시에 열일곱 살, 본격적으로 가구를 판 건 스물두 살부터였단다. 동기는 단순했다. 탁자를 차 안에 넣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친구가 던진 한마디였다. “다리를 떼어내봐.”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플랫팩가구’였다. 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넣어 파는 조립용 가구, 바로 ‘DIY가구’였던 거다. 그가 무릎을 탁 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탁자판매가의 절반이 운송비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가구 부품을 쉽게 설계한 다음 고객이 직접 조립하게 한다면 비용의 절반은 줄일 수 있을 테니. 좀더 살을 붙이면 ‘설계를 단순화하되 유행에 뒤지지 않는 맵시 있는 가구를 만들 것’과 ‘운송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빼버릴 것’이다. 말 그대로 ‘가성비 끝판왕’을 꿈꾼 거였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연간 매출액 290억유로(약 38조 1800억원)에 연평균 성장률 14%, 영업이익률 15% 이상, 기업가치는 470억달러(약 52조 9000억원)에 달한다. 억만장자가 된 CEO 캄프라드는 ‘난 버스를 타고 다닌다’를 상징으로 삼았다. 얇은 박스에 포장한 가구를 손에 들고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거다. 뭔가 키워드가 보이는가. 제품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심플’이 아닌가.
△40년 모색했다는 비즈니스 전략 ‘단순화’
“지난 40년 동안 기본적이면서 명쾌하고 품격있는 ‘법칙’을 찾아내려 애써 왔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진정으로 놀라운 법칙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뭐가 이리 거창한가. 40년은 뭐고, 법칙은 또 뭐고. 그 이해를 위해선 배경을 한 번 훑는 것이 좋겠다.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책은 ‘단순화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다. 코치가 벤처투자가로 직접 소개한 그레그 록우드를 저술파트너로 삼아 40년간 모색했다는 비즈니스 전략의 정수를 한 데 모았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지난 100년을 거스른 비즈니스 역사에서 ‘단순화’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기업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걸 증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포드, 맥도날드, 혼다, 소니, BCG(보스턴컨설팅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 이베이, 위키피디아, 넷플릭스, 펩시, 펭귄북스, 제너럴모터스, 컴팩, 스포티파이 등.
△두 갈래…가격단순화와 상품단순화
저자들이 짚어낸 단순화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 자체다. 가격단순화의 결정적 사례는 포드에서 찾았다. ‘모델 T’란 표준모델 하나에만 집중한 것이 자동차 대중시장을 창출한 배경이란 거다. 1905∼1906년 포드는 두 가지 모델의 자동차를 생산했더랬다. 1000달러짜리와 2000달러짜리. 그 두 해 동안 판매한 자동차는 총 1599대였다. 이렇게 가다간 내일모레쯤 회사문을 닫겠다는 위기감에 빠진 포드는 두 모델을 단순화한 뒤 가격을 대폭 끌어내렸다. 600∼750달러로. 그해 자동차는 8423대가 팔려나갔다. 그러자 한껏 고무된 포드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 ‘모델 T’였다. 1917년 가격은 360달러까지 떨어졌고, 드디어 1920년 125만대란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광을 누린 글로벌기업이 탄생한 서막이었다.
상품단순화는 단연 애플방식이란다. 1977년 22억달러에 불과하던 기업가치를 올해 기준으로 1조달러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란 거다. 그런데 참 별거 아니다. ‘기기의 버튼을 없어버리는 것’이었으니까.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능과 인터페이스 옵션을 줄이는 정도를 얹었으니까.
△방법론 그 이상의 ‘법칙’
저자들이 강조한 단순화는 방법론 그 이상이다. 법칙이란다. 그래야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든 붙어도 되는 상식수준에서 시스템을 돌릴 수 있단다. 하지만 단순화가 유일한 방안인 건 아니라고 했다.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생존전략도, 큰 부를 창출하는 단 하나의 방안도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저자들의 신념은 확고하다. 단순화 전략이야말로 “비즈니스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을” 거란다.
그 결정적 이유는, ‘투자의 달인’이란 저자들의 경력을 벗어난, 의외의 지점에 있다. 단순화가 결코 경제논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큰 그림이다. 규모를 줄이고 저렴하게 나서는 대신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건데. “맹렬하게 발전하는 기술의 급류에 휩쓸려 익사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단순화가 인류가 칠 수 있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 될 수 있단 논지다. 4차산업혁명이니 초연결이니 사물인터넷이니 인공지능이니, 뭐 하나 단순한 게 없는 세상에 반대급부로 살아남자는 성찰까지 던졌다고 할까.
‘닥치고 심플!’ 비즈니스와 시장뿐이겠나. 말이 많아지고 사정이 늘어나면 누구든 무엇이든 길을 잃고 산으로 가게 돼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