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외딴섬 코리아②]국내 첫 크루즈선 좌초.."돌아와요, 부산항에"

국내 첫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 1년만에 휴항
"승객수 적어 고전..누적적자 400억 달해"
"선상 카지노 허가 불발도 휴항 앞당겨"
  • 등록 2013-06-21 오전 6:00:00

    수정 2013-06-21 오전 11:46:50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지난해 2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국토해양위원회, 선주협회, 해운·관광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국내 최초 크루즈선인 ‘클럽하모니호’ 취항식이 열렸다.

“국내에서 크루즈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건 한국적 특색이 없어서다. 더 나은 서비스와 공연으로 세계 1위 크루즈선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희승 하모니크루즈 회장이 이날 취항식에서 한 인사말이다. 하모니크루즈는 국내 첫 크루즈선사로 9층 높이의 2만6000t급 ‘클럽하모니’ 1척을 앞세워 크루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해운사가 처음으로 국적 크루즈선을 선보이는 만큼 업계의 기대가 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1월. 당시 화려하게 등장했던 클럽하모니호는 임시휴항에 들어갔다. 말은 ‘휴항’이지만 재취항 날짜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업계는 하모니크루즈가 사실상 사업을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크루즈 산업이 각국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적 크루즈선 한 척조차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모니크루즈 측은 1년 만에 클럽하모니호 운항을 중단한 데 대해 “항로와 여행상품, 서비스 등을 재구성하고 선박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임시 휴항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이 부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모니크루즈의 누적 적자는 무려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승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었다. 하모니크루즈는 부산항에서 출발해 후쿠오카, 벳푸, 나가사키 등을 거치는 3박 5일 여행 상품을 60만원 전후 가격에 내놨지만 승객이 워낙 적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크루즈가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총 61회를 운항하는 동안 탑승객은 3만1327명이었다. 1회 운항당 평균 탑승인원은 513명으로 정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 비수기에는 승객이 승무원 수(365명)보다 적을 때도 많았다.

아울러 해외 유명 크루즈선에 비해 특화된 선상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클럽하모니호는 스파, 키즈클럽 등 몇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꾸려 운항을 시작했지만 승객에게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선상 카지노를 운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통상 해외에선 카지노를 중심으로 크루즈선을 설계·운영한다. 상당수 승객이 카지노에서 돈을 쓰기 때문에 카지노야말로 크루즈선의 주요 수익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클럽하모니호의 경우 선상 카지노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정작 운영은 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크루즈선이 선상 카지노를 운영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정부 등이 국내 크루즈 산업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럽하모니호의 모습.


클럽하모니호 선내 바(위), 침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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