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빨리 끓여"…동료 선원 바다에 던져 죽인 30대男[그해 오늘]

2016년. 신안 앞바다 어선서 스트레스 받는다며 범행
출소 8개월 만에 범행…바다에 던진 후 구호조치 안해
체포 후엔 신원 은폐 시도…법정에선 '심신미약' 주장
  • 등록 2023-07-19 오전 12:01:28

    수정 2023-07-19 오전 6:21:02

선원을 들어 바다에 던진 혐의(살인)로 긴급체포된 이모씨가 구속된 이후 어선 위에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목포해경)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7월 19일. 목포해경은 당시 34살 선원 이모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승선원이 7명에 불과한 9.77톤급 어선에서 50대 동료 선원을 살인한 혐의였다. 이씨는 선원으로 근무한 지 불과 보름 만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씨는 공갈죄 등으로 복역한 후 2015년 12월 출소한 전과자였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7월부터 해당 선박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거친 성격 탓에 동료 선원들과 이내 갈등을 겪었다. 그는 특히 선원 중 체구가 왜소했던 50대 선원 A씨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하는 등 수시로 괴롭혔다.

이씨는 가족에게 선원일이 힘들다며 전화로 하소연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이씨의 계속된 하소연에 가족은 “그래. 그럼 죽어버려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이 같은 반응에 불만을 품으며 더 선원일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사건은 7월 15일 밤에 시작됐다. 그는 밤 11시 30분 선박이 전남 신안군 앞 해상에 정박 중이던 당시 선원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선원 침실에서 자고 있던 A씨를 깨워 “라면을 끓이라고”고 요구했다. 이씨의 계속된 괴롭힘에 A씨는 침실에서 나가 선미에 위치한 취사실로 이동했다.

이씨는 이후 침실에서 자고 있던 다른 선원에게 아무 이유 없이 “같이 죽자. 죽을래 살래”라고 말한 후 주먹으로 폭행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A씨를 죽여버리겠다”고 말을 하며 갑자기 침실에서 달려 나가 취사실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던 A씨를 찾아갔다.

그는 A씨에게 “왜 말을 안 듣냐, 왜 빨리빨리 안 하냐”고 겁박한 후, 멱살을 잡고 선미까지 끌고 갔다. A씨가 “미안하다. 참아라”고 설득했지만, 이씨는 A씨를 들어 올려 바다에 집어던졌다. 바다에 떨어진 A씨가 구조를 요청했지만 이씨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른 선원들이 뒤늦게 달려와 A씨를 찾으려 했지만 깜깜한 바다에서 A씨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선원들은 곧바로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해경은 출동해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해경에 붙잡힌 이후 자신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엉뚱한 인적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체포된 이후에도 유치장에서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해경 조사에서 “짜증나게 해 살해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A씨 시신은 며칠이 지난 후에야 해경에 의해 발견됐다. 사인은 익사였다.

구속된 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범행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 등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이를 일축했다.

1심은 “선원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해자에게 풀다 피해자가 라면을 빨리 끓이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피해자를 바다에 집어던져 살해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후에도 동료 선원들을 부르는 등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비난가능성도 높다”며 “누범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출소 후 8개월 만에 범행을 범했다”고 질타했다.

1심은 다만 “이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고, 오랜 기간 정신질환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은 형은 파기해야 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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