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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최근 이데일리 요청으로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2019년 공연관광활성화 사업’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공연 관광객 수는 약 104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1534만명의 6.8%에 달하는 수치다. 관람객 국적으로는 대만이 30만명, 중국인이 25만명, 일본인이 8만명 수준이었다. 여기에 북미 지역 등 서구권에서 찾는 공연 관람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시장 규모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8132억 원에 달했다. 국내 공연시장의 규모가 8000억 원대로 진입한 것은 공연예술실태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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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버벌 공연, 한국 대표 공연 상품되다
넌버벌 공연은 초창기 우리나라 대표 공연관광 상품. 난타나 비밥, 점프, 페인터스가 대표 주자였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난타는 1997년 첫 공연의 막을 올린지 벌써 22년간 이어져온 대한민국 최장수 넌버벌 공연이다. 각종 주방 도구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 형식의 넌버벌(비언어) 형태의 공연이다. 한국의 사물놀이와 서양의 타악 연주, 여기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했다. 대형주방을 무대로 4명의 요리사가 등장해 결혼피로연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주방기구를 이용해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내용이다. 서울 정동에 전용극장을 설립한 후 한때 강남, 제주도, 홍대, 충정로까지 공연장을 확대해 2014년 연인원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 중 약 75만명이 난타를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넌버벌 공연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인의 방한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 탓에 ‘박리다매’가 횡행하면서 업체간 출혈도 커졌다. 해외 관광객이 주요 관람객이라는점도 각종 대외적인 요인에 취약했다. 2017년 전국 공연장의 공연 건수는 3만5117건으로 3.1% 증가했지만, 공연 횟수는 15만9401회로 8.5% 감소했다. 특히 총 관객 수도 2902만 4285명으로 5.3% 줄었다. 이에 전용관의 휴·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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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투어먼트 선두주자 ‘K팝’
최근 공연관광을 이끄는 선두주자는 ‘케이(K)팝’이다. 그중 글로벌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열풍이 대단하다. 지난달 BTS가 부산과 서울에서 연 글로벌 팬미팅과 콘서트에 무려 25만 8000여명이 찾았을 정도다. BTS가 공연할 때는 주요 도시의 호텔이 예약률이 치솟는 등 공연 예술 작품으로 지역 경제가 꿈뜰거릴 정도다. 일본의 경제 보복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6,7일 오사카에서 열린 공연에 10만 명이 몰려 객석을 가득 메웠ㄷ. 오는 13, 14일 시즈오카 공연 티켓 10만 장도 매진이다. 오사카 공연 실황은 공중파 방송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칼날도 BTS 앞에서는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방안’ 보고서에는 방탄소년단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는 중견기업 평균 매출(1591억원)의 26배인 4조1천400억원이며, 1조42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해 총 5조56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소년단의 소비재수출액 증가 효과는 연평균 11억1700억원(1조2400억원)으로, 의복류는 2억3398억달러, 화장품은 4억2664억 달러, 음식류는 4억5649만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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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에서 ‘질’…변하는 패러다임
관광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K팝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의 공연 관광 산업이 미래 관광산업의 꽃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엔터투어먼트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살제 우리나라의 공연장 수용능력은 매우 열악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상설공연장 수는 전국에 17개에 불과하다. 이중 넌버벌 공연장이 9개, 전통연희 공연장이 5개,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장은 5개 정도다. 매년 외국인 관람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인프라나 인지도가 부족해 외국인 관람객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공연 규모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공연장 명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다양한 공연장이 클러스터(집적화)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의 오페라 가르니에는 공연장 자체만으로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여기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영국 세이지 게이츠헤드, 포르투갈 카사다 무지카 등은 건축물 자체로서 관광객들에게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다.
박창완 한양대 관광연구소 연구실장은 “새로운 공연장 구축 시에는 공간 자체로서 관광명소가 될 수 있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연관람, 관광, 체험 기타 문화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융복합 공간조성을 통해 장소성과 융복합공연의 실현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