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서봉남 '봄나들이'

2014년 작
황토색·흰색에 묻혀낸 토속적 정서
단순화한 형상 절제한 색감에 얹어
사라져가는 문화정체성 잡는 작업
  • 등록 2019-04-06 오전 12:10:00

    수정 2019-04-06 오전 12:10:00

서봉남 ‘봄나들이’(사진=장은선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구릿빛 피부에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흙색 땅바닥 위에 하얀 보자기, 하얀 포대기, 하얀 돌담. 어렵지 않게 보인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말이다. 어머니와 아이들, 황토색과 흰색, 이젠 희귀한 ‘그림’이 된 인물과 풍경, 구도와 색이다. 바로 원로화가 서봉남(75)이 50년을 붙들고 있는 ‘조화’다.

작가는 토속적인 한국정서를 그려왔다. 도시화니 첨단기술이니 하는 것에 밀려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가는 문화정체성을 잡아내는 작업이란다. 덕분에 그이의 작품엔 여유있는 몸짓과 순박한 표정을 가진 이들이 뚝뚝 떨어뜨리는 질퍽한 감성이 흐르고 넘친다.

그중 ‘봄나들이’(2014)는 100호 규모의 화폭에 넉넉하게 펼친 옛 시절의 추억 한 토막. 늘 그랬듯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어머니가 있다. 굵직한 선과 투박한 붓질, 단순화한 형상과 절제한 색감.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그이는 여전히 그때 그곳에 머물고 있나 보다.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개구쟁이 이야기가 있는 풍경’에서 볼 수 있다. 화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캔버스에 오일. 162×130㎝.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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