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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상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 하나 생겼다. ‘내가 하는 투자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 주위 눈치 봐가며 주식시장에 쌈짓돈을 부지런히 넣다 뺐다 해봐도, 들썩인다는 부동산시장을 연신 기웃거려 봐도, 밤잠 설친 벌건 눈을 비비며 가상화폐시세표에 요동치는 숫자를 열심히 노려봐도, 엔딩은 역시 한 길로 흐른다. “아, 또 망했다!”
도대체 누가 돈을 버는 건가. 여기 슬그머니 반전을 꾀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실패한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고, “진짜 중요한 법칙이 따로 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 망한 게 그 법칙 때문이라고. 그걸 알아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다고. 바로 ‘돈의 법칙’이다. 시장에 난리가 나도, 광분한 투자자들이 우왕좌왕해대도 돈이 나아갈 길인 ‘돈길’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천지개벽에도 미동도 않는다는 ‘돈의 법칙’이 0.001% 부자나 99.999% 부자가 되고 싶은 이들의 머리 위에 놓여 있다는 거다.
‘변화심리학의 대가’로 불리는 저자의 생각은 확고하다. 발단은 단순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켜보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부자들은 위기에 더 큰 부자가 되고 평범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가. 다음 할 일이 정해졌다. ‘부자는 어떻게 머니게임에서 이기는가’를 알아내보자고 했다. 워런 버핏, 폴 튜더 존스, 레이 달리오, 앨런 그린스펀 등 세계의 부를 막대하게 끌어모으는,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0.001%의 ‘큰손’ ‘금손’을 만나는 일부터였다. 책은 그렇게 얻은 그들의 투자철학을 토대로 뽑은 돈철학이다.
돈, 투자, 시장, 위기, 경제, 금융. 세상에 골치 아픈 건 다 모아놨지만 저자의 잣대는 명쾌하다. 이 골칫거리들과의 한판 승부를 방해하는 ‘내부의 적’을 없애란 것. 그중 가장 큰 적은 투자자의 ‘감정’이란다. 한마디로 일희일비하지 말란 거다. 제발 촐싹대지 말고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란 얘기다. 물론 안다. 두려움·탐욕 같은 감정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 정신 나간 짓을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니까. 주가가 떨어질 때 공황상태에 빠지는 건 우리 뇌가 경제적 몰락을 ‘죽음’과 동등하게 인식해서라니까.
감정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는 두번째 적도 공개했다. ‘수수료’다. 주식은 물론 펀드니 연금보험이니 곳곳에서 따박따박 빼가는 수수료 말이다. 문제는 낮은 수익률에 지불하는 과다한 수수료인데. 하물며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불어나 통장 잔고를 갉아먹는 소리를 낸다. 저자는 1년에 1%를 초과한다면 30년쯤 뒤 10년어치의 은퇴소득을 날린다는 계산을 뽑아내기에 이른다. 오죽했으면 650억달러(약 69조 2800억원)란 재산을 모은 워런 버핏의 ‘비결’에도 등장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내 부는 미국에 산다는 것, 운이 좋은 유전자, 거기에 복리가 결합한 결과”라고.
△0.001% 머니게임 진실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휘둘리지 않는 감정이란 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인류는 늘 불확실성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쳐 왔던 것을. 투자라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럼에도 말이다. 군더더기 다 빼고 책의 원제처럼 ‘언셰이커블’(Unshakeable)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이 안에는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확고한 자신감’이 들어있지만 저자가 눈여겨본 뜻은 달리 있다. ‘자존감’ ‘마음의 평화’ ‘태풍이 불어도 편안한’ 같은. 재정적인 상태든 심리적인 상태든 말이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하는 수 없다. 아주 보수적인 카드를 쓸 수밖에. 이름하여 자산배분. 가진 자산을 부동산·채권·펀드 등으로 나눠놓는 일이다. 주가가 와장창 떨어져도, 가상화폐 시세가 난리를 쳐도 쉽게 매각할 수 없게 장치를 만들어두라는 거다.
전문가의 뻔한 입놀림처럼 보이나. 저자가 고백한 어린시절을 들으면 그런 얘기는 안 나올 거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4명 아버지를 거쳤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자. 25센트 티셔츠도 과분해 고등학교 때는 발목이 10㎝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었단다. 다음날 끼니문제를 걱정하면서. 덕분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단다.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감 속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고.
그래서인가. 책의 미덕은 겁주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다 쏟아부어라 윽박지르지도, 가격이 폭락할 거라 위협하지도, “거봐라. 내 말대로 됐지”라며 약을 올리지도 않는다. 그저 세련된 말투로 조근조근 타이르듯 이른다. 부자가 부자인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무게는 다시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왔으니. 말이 난 김에 따져 보자. 잘못됐든 아니든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 믿는 건 투자자의 고질병이다. 그 ‘확증편향’이 돈 넣고 돈 잃기의 출발점인 거다. 근시안도 문제다. 최근에 본 내용으로만 미래를 읽으려 하지 않나. 10년 새 한 번 휘청하든, 1년 새 한 번 휘청하든 그냥 똑같은 ‘휘청’이다. 이 ‘최신편향’에서 분석결과는 “미래가 불안하다”뿐이니.
변화심리학자의 독특한 시각이 신선하다. 이 말은 첵에서 물질적인 돈의 법칙을 기대했다면 ‘꽝’이란 얘기다. 특히 ‘정서적 부’ ‘행복·이상·베풀기’ 운운한 결론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부와 심리를 씨실날줄로 삼아 이만큼 엮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에 왼쪽 뺨을, 가상화폐에 오른쪽 뺨을 맞고 만신창이가 된 마음에 맷집을 키우는 데는 아주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