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 등 전면철거형 개발 방식을 지양하고 낡은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맞닿아 있는 서울시 소규모 재생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낙후된 도심의 역사·문화·환경 등을 보존한 채로 주변 상권과 생활 인프라 시설 등이 대거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생지역 주변 상가와 아파트 매매 시장 투자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연간 10조원을 쏟아 붓는 도시재생정책과 서울시 재생사업 모델은 사업 방식이나 예산 규모 등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 창동·상계 등 재생지역 집값 ‘훌쩍’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도시재생 사업 전담 조직인 도시재생본부를 출범하고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1단계 도시재생 사업지로 △중구 서울역 △종로구 세운·낙원상가 △도봉구 창동 △노원구 상계 △강동구 암사동 등 13개소를 선정했다. 올 2월에는 △영등포구 경인로 △중구 정동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강북구 4·19사거리 등 17개소를 추가 지정했다.
지난 2월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창동·상계(도봉구 창4·5동, 노원구 상계2·6·7·10동)지역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 중 하나다. 이 일대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사거리에 있는 ‘상계주공7단지’ 전용면적 79㎡ 시세는 5억 4000만원으로 두달 전에 비해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R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창동 환승주차장 일대에 들어서는 창업·문화산업단지와 복합문화공연시설 등 개발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매수 문의가 몰리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도를 보류하면서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낡은 철공소와 상가, 집창촌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영등포역 일대(79㎡)도 올 2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가 영등포 역세권과 경인로 부근에 기계·금속 등 토착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문화시설 등이 융·복합된 새로운 산업 경제가 육성하기로 하면서 주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영등포역 일대 문화 재생사업지와 걸어서 15분 거리로 떨어져 있는 ‘문래힐스테이트’ 아파트는 전용 84㎡ 기준 시세가 이달 현재 6억 9000만원으로 두달 전에 비해 3000만~4000만원이 올랐다.
◇ 예산 확충 기대되지만..개발 방식 등 한계
최근 서울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재생사업본부 내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폐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서울시 재생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도정법에 포함돼 있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과 같은 미니 재건축 사업이 새로 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법(빈집법)’에 포함됐다”며 “도시재생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2300억. 이는 정부가 한해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하는 연간 예산(1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도시재생사업 연간 예산을 10배 이상인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주택도시기금(5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예산(3조)을 합쳐 연간 10조원의 재원을 도시재생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시 도시재생 예산이 대폭 확충되고 사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모델은 민간이 아니라 개발공사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도로나 기반 시설 등 일종의 소 단위 재개발을 한다는 점에서 서울시 재생사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대규모 철거를 강행하지 않더라도 사업성이 있는 중간 재생모델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