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상프레임의 선거공학

  • 등록 2014-04-10 오전 6:00:00

    수정 2014-04-10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선거전은 메시지 전쟁이다. 울림과 설렘의 레토릭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뒤흔드는 프레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선동적인 의제설정은 내편과 네편을 명확히 가르고 반대진영을 극단으로 내모는 전가의 보도. 선거전의 승리만을 지상과제로 삼는 정파에게 프레임 놀이는 선거공학의 진수, 정치공학의 결정판이다.

결전을 50여일 앞둔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프레임의 선거공학은 교묘히 기승을 부린다. ‘기초선거 불(不)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지만 물밑에선 각 진영의 선거공학적 계산법이 빠르게 작동한다. 무상버스, 100원짜리 콜택시, 무료콜버스, 통행료 전면 무료, 지역상가 무료 급전 대출, 무상교복, 무상교재 …. 일련의 무상공약 시리즈는 프레임 선거전의 우울한 단상이다.

무상공약 신드롬은 2010년 6·2 지방선거때 본격 점화된다. 당시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급식 공약은 선거판을 일약 찬반 양론으로 극명히 가른다. 한발 더 나아가 보편적 복지·선택적 복지의 이념적 논쟁으로도 비화된다. 구체적 정책이 거대 담론으로 전환되면서 일련의 정책분석 과정은 도외시된 채 이데올로기적 분화에 따른 진영논리만 횡행하던 모습. 논리와 설득보다 감정과 주장이 팽배한 바로 그 선거전은 전형적인 무상의 파노라마였다.

공짜는 달콤한 유혹의 언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혜택을 볼 수 있는 무료 무상의 미혹은 대중영합의 극치다. 공짜 점심은 없고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는 법. 누군가 무상으로 혜택을 받으면 반드시 다른 그 누군가의 부담으로 전이되고 급기야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인센티브 체계를 왜곡하는 무상복지는 그 자체로 고비용 저효율을 내포한다.

한정된 재원에 무상급식이 도입되자 교사충원에 차질이 빚어지고 설비 확충에 들어갈 돈이 줄어 교육환경은 되레 열악해진다. 무상보육의 확대로 전업맘까지 어린이집에 경쟁적으로 아이를 맡기면서 저소득층 워킹맘은 울상이다. 화급한 복지예산이 줄거나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무상복지의 역설’. 여기에 재정자립도 51%, 한해 중앙정부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조원대의 부채공포 속에 지방정부의 가계부는 빨간줄로 점철된다.

선거전의 공약은 각 진영이 각자의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상품이다. 그러나 허위 과대 포장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기만하는 무상공약은 전형적인 선동적 포퓰리즘일 뿐이다. 선거공학이란 비판을 피하고 싶다면 재원조달의 방법, 실현가능성, 정책효과와 예상되는 부작용 등 일체의 계산서를 신상품에 첨부할 일이다.

공짜신드롬은 정책적 무능에 허덕이는 무책임한 일부 정치권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일부 유권자의 합작품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일련의 복지논쟁을 거치면서 이젠 많은 유권자들이 무차별적 무상공약시리즈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선동의 메아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건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과 다를 바 없다. 일단 구설에 휘말려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어들여 선거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복지확대의 도도한 흐름에 편승한 일부 진영의 프레임 전략. 그에 따른 무상 신드롬이 한국적 선거풍토로 자리잡고 있다. 선동의 선거문화가 횡행하면서 정치권의 무기력과 유권자들의 냉소, 정치적 무관심도 점점 깊어진다.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선거공학적 기교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금도(襟度)는 있는 법. 공짜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대중을 미혹하는 특정 진영 선동의 정치는 퇴행적 정치문화를 투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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