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사람이 투자한 자금에 대한 1년 수익률을 투자한 상품 유형별 수익률만 단순하게 합해 평균을 낸 9.92%라고 이야기한다면? 말 그대로 ‘사기’다. 이 사람이 1년을 투자해 얻은 수익률은 9.92%가 아니기 때문이다. 9.92%는 그저 각기 다른 위험군별 각각의 수익률을 모두 더해서 나눈 값에 불과하다.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이 함께 발표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2024년도 2분기 말 기준 수익률 등 현황 공시’ 내용이 이런 꼴이다.
보도자료에서 고용부는 ‘1년 이상 운용된 디폴트옵션 상품의 연(年) 수익률은 10.8%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디폴트옵션에 가입할 경우 1년 수익률이 10%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 언론이 기사 제목으로 ‘디폴트옵션 1년 수익률 10.8%’라고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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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아무 의미 없는, 하지만 언뜻 보기엔 높은 수익률로 보이는 숫자를 ‘연 수익률’로 언급하면서 자료에 기록한 것은 그 저의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게다가 고용부는 10.8%라는 숫자를 제시하면서 ‘산술 평균’이라는 내용을 어디에도 적어두지 않았다. 자료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일반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디폴트옵션 수익률이 월등하게 높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디폴트옵션 도입과 함께 수익률을 매 분기 공시하는 제도는 투명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제시하는 숫자에 대한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착각할 수 있는 수익률 자료를 제시한다면 공개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고용부 자료를 보고 근로자들이 퇴직연금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기대하며 실질적으로는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디폴트옵션에 가입한다면, 그래서 수익률에 실망하게 된다면 그때 고용부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제야 ‘그 숫자는 사실 산술평균이었다’라고 해명하면 되는 일일까.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면서 도입 의도가 퇴색되고 있다. 디폴트옵션 내에서도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몰리면서 기존 퇴직연금과 차이가 나지 않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의미있는 통계를 제시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문제를 감추기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를 골라 쓰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