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애브비가 내놓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가 적응증과 효능 면에서 ‘스텔라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최근 애브비는 크론병 환자 대상 스카이리치의 추가 임상에서 스텔라라의 효능을 크게 압도했다고 발표했다. 물질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이 예고된 스텔라라가 경쟁 약물로부터 거센 도전까지 맞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068270)과 동아에스티(170900) 등이 주요국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의 품목허가를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리치의 시장성이 커질수록 국내외 개발사가 시도하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향후 매출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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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 시장을 움직이는 선도하는 약물은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와 얀센의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등 두 가지다. 2022년 기준 휴미라와 스텔라라는 각각 212억 달러(당시 한화 약 27조원)와 97억 달러(한화 약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휴미라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 ‘스텔라라는 ‘인터류킨’(IL) 억제제로 두 약물의 작용 기전은 전혀 다르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스텔라라(4종) 대비 약 4배 많은 15가지 적응증을 획득,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6종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등에서 출시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관련 매출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애브비가 휴미라의 후속작으로 준비한 것이 인터류킨 억제 기전을 가진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다. 스카이리치는 지난 2019년 미국과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중증도에서 중증의 판산 건선 치료 적응증으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애브비는 지난해 스카이리치에 대한 ‘건선성 관절염’과 ‘크론병’등의 적응증을 주요국에서 확대 승인받았다. 스카이리치가 스텔라라가 가진 적응증 중 ‘궤양성 대장염’을 제외한 3가지 적응증을 빠르게 따라잡은 것이다. 지난달 애브비는 미국과 EU에서 스카이리치의 궤양성 대장염 적응증에 대한 허가 신청을 접수하기도 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임상에서 스카이리치 투여군의 24주 후 임상적 관해율은 59%, 스텔라라 투여군은 40%로 확인됐다. 또 투약 48주 후 내시경을 통해 확인한 관해율을 보면 스카이리치를 사용한 환자가 32%로 스텔라라 대비 2배 높게 나타났다.
해당 임상에 참여한 로랑 페이랭 비룰레 프랑스 낭시대 병원 교수는 “크론병에서 스카이리치가 임상적 및 내시경적 관해율 등에서 모두 앞선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포함해 최근 스카이리치의 효능적 근거가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한 임상 전문의는 “크론병 적응증에서 스텔라라와 휴미라 간 임상적 관해율이 큰 차이가 없었다”며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인 휴미라 시장을 크게 흔들지 못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 아이칸의대 연구팀은 생물학적제제를 처음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대상 투약 후 52주차 때 임상적 관해율을 관할한 결과 스텔라라 투여군이 65%, 휴미라 투여군은 61%로 각각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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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카이리치가 약진할수록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의 미래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기준 미국 암젠(ABP654)과 아일랜드 알보텍(AV104), 셀트리온(CT-P43) 등이 미국과 EU에서 자체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에 대한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이들 3사는 오리지널 개발사인 얀센과 만료된 물질특허 이외의 추가 특허에 대한 합의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동아에스티도 EU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DMB-3115’의 허가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계 관계자는 “2024년~2025년 사이 4~5종의 비교동등성을 입증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스카이리치가 약진하고 있고, 경쟁상황이 커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해외 영업환경에서 영업력과 약가, 리베이트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텔라라의 시장을 단 1%만 가져오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사의 매출 규모 면에서는 비교적 큰 무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