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금수저 '기내 난동'…팝스타 SNS 타고 '국제망신'[그해 오늘]

2016년 대한항공 기내난동…中企 대표 2세 구속
엽기적 2시간 난동에…경찰, 마약 여부 검사도
만취상태서 승무원 등에 욕설·폭행·고성 반복
승객들 도움으로 겨우 제압…리처드 막스도 합세
  • 등록 2022-12-29 오전 12:28:00

    수정 2022-12-29 오전 12:28: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12월 29일 오후 5시 무렵. 인천지방법원이 한 중소기업 대표의 2세인 임모(당시 34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씨는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의 당사자다. 해당 항공편에 타고 있던 미국 팝스타 리처드 막스에 의해 난동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당시 기준 2년여 전 발생한 ‘땅콩회항’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30대 초반 한 금수저 청년의 난동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임씨는 결국 기내난동 발생 9일 만에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2016년 12월 20일, 중소기업 대표 2세 임모씨의 기내난동은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팝가수 리처드 막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사진=리처드 막스 SNS)
임씨의 난동은 12월 2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생했다. 당일 하노이공항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양주 8잔 가량을 마신 임씨는 취한 상태로 한국시간 오후 2시30분(현지시각 낮 12시30분)에 항공기에 탑승했다.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앉은 임씨는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양주 2잔을 추가로 요구해 이를 건네받아 마셨다. 더욱 흥건히 취한 임씨는 비행기 탑승 2시간이 지난 후부터 만취한 상태로 기행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오후 4시20분께 기내식을 먹던 중 옆자리에 앉은 50대 중반 나이의 대기업 임원 A씨의 기내식 반찬을 가지고 가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기내식에 함께 나온 고추장을 가지고 가려다 A씨에게 제지를 받았다. 임씨는 제지를 받자 갑자기 A씨를 향해 “왜 나한테 반말을 하냐, 형 센스가 꽝이야”라며 고함을 지르며 본격적으로 난동을 부렸다.

만취 상태서 비행기 탑승…여성 승무원들 걷어차

객실 승무원 사무장 30대 여성 B씨와 A씨가 “가만히 계시라”며 제지했지만 임씨는 “옆에 앉아 있는 이 새끼가 출국장에서 줄을 잘못 섰다며 다른 줄에 서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근거 없는 얘기를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 직후 갑자기 A씨 얼굴을 가격했다. 놀란 사무장이 “난동을 멈추지 않으면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임씨는 재차 A씨 얼굴을 가격했다.

항공사 측은 일단 승객 보호 차원에서 A씨 동의를 얻어 A씨를 항공기 간이 주방으로 피신시켰다. 그러자 임씨는 A씨를 뒤따라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괴성을 내뱉으며 손으로 항공기 벽을 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씨 얼굴에 느닷없이 얼굴을 들이대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계속된 난동에 B씨가 양손으로 임씨를 가로막자, 임씨는 B씨를 손으로 가격했다. 다른 여성 승무원이 이를 제지하자 이 승무원도 폭행했다. 그러고는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옆에서 유리컵 등을 치우고 있던 또 다른 여성 승무원의 정강이를 수차례 걷어차기도 했다.

승무원들이 ‘폭행을 멈추라’고 요구하자, 임씨는 “내가 언제 폭행하고 욕을 했나. X까지 마세요”라며 또 다시 고성을 지르며 승무원들을 위협했다. 승무원들은 A씨 도움을 받아 임씨 양손을 잡아 폭행을 제지하려 했으나, 임씨는 이를 뿌리치고 또다시 사무장 B씨 얼굴을 폭행하고, 다른 승무원을 벽에 밀쳤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다 승무원들에게 결박되고 있는 임모씨 모습.
승무원들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보다 못한 다른 승객들이 가세해 임씨를 제지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여기엔 인천을 경유해 미국으로 향하던 유명 팝가수 리처드 막스도 있었다.

다른 승객들은 물론 항공기에 타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항공사 정비사까지 가세해 임씨를 좌석에 강제로 앉히려 했지만 난동은 그칠 줄 몰랐다.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고 앞 좌석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쳤고, 자신을 제지하려던 승무원들을 밀치기도 했다.

2시간 동안의 엽기 난동에 ‘공포의 비행’

결국 승무원들은 기장의 지시를 받아 테이저건을 이용하기로 했다. 승무원들은 테이저건을 임씨에게 겨눈채 임씨를 결박하려 했으나 임씨의 난동은 계속됐다. 계속되는 테이저건 사용 경고 속에서 결국 임씨를 포승줄로 좌석에 결박하는 데 성공했다.

결박에 성공했지만 임씨는 고성과 욕설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 결박을 일시 해제한 후에 또다시 난동을 부렸다가 이내 다시 결박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결박하던 정비사 C씨에게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것은 물론 침을 뱉기도 했다.

계속된 난동에 B씨와 C씨가 이를 제지하려 하자 C씨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손톱으로 손등을 수차례 강하게 긁거나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B씨가 이를 제지하려 하자 발로 B씨 복부를 걷어차 넘어뜨리기도 했다.

임씨의 계속된 난동에 기장은 회항이나 비상착륙을 고심하기도 했다. 결국 오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비행기를 착륙했다. 임씨는 도착 직후 인천국제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들에게 인계됐다.

항공기가 한국에 도착한 후, 임씨의 난동 모습은 다른 승객들에 의해 유튜브 등에 퍼졌고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리처드 막스에 의해 소셜미디어에도 퍼지며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번졌다. 불과 2년여 전 발생했던 ‘땅콩회항’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표 2세의 엽기적 난동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렸던 임모씨가 2016년 12월 26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임씨의 난동이 워낙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경찰은 단순 음주가 아닌 마약 투약을 의심해 마약 검사를 하기도 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임씨 역시 “(마약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며 마약 투약 의혹을 일축했다. 귀국 직후 체포됐던 임씨는 당일 술에 취해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해 일단 귀가조치됐다.

3개월 전에도 거의 유사한 기내난동

임씨는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해 같은 달 26일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경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앞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잘못된 성향을 반성하고 고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의 항공기 난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같은 해 9월 8일 인천발 하노이행 대한항공 기내에서도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면서 승무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임씨는 당시 “승무원이 신용카드를 훔쳤다”고 주장하며 승무원들의 기내 수납장을 확인하거나 좌석을 파손하기도 했다.

임씨는 구속 후 결국 상해·폭행·재물손괴·항공보안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정에서 “폭행 정도가 안전운항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고, 안전운항을 저해한다는 인식도 없었다”며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기소된 혐의 전체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임씨가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해 실형이 아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임씨는 2017년 4월 13일 1심 집행유예 판결로 구속 100여일 만에 석방됐다.

1심은 “임씨 행위만 놓고 보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공공 안전에 대한 구체적 위험 정도가 경미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의사는 매우 중요한 양형요소”라며 “임씨가 거듭 반성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임씨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에서 모두 기각돼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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