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민 ‘멀리’(사진=디스위켄드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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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쓴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저 복장이라면, 여염집 여인이 평생 차려입은 옷 중 가장 화려하다고 해야 할 거다. 그런데 붉고 푸르렀을 비단옷이며, 꽃까지 박아넣었을 족두리와는 전혀 다른 서정이 잡힌다.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형체, 표정을 감춘 뒷모습에서 절절히 배어나오는 애달픔이다.
마포에 수묵만으로 여인의 감정까지 그려낸 작가는 김보민(41)이다. 작가는 ‘역사의 기록’에서 자신의 자화상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다시 말해 자료로만 남은 옛 여인에 자신을 이입해 작품화하는 거다. 원삼에 족두리를 쓴 저 여인을 찾아낸 건 개화기 기녀들을 찍은 사진이었단다. 그이들 중 한 여인에 스스로를 넣고 “사랑하는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존적인 인간 여성의 존재를 드러내려 했다”는 거다.
‘멀리’(2021)는 원작인 어느 기녀의 모습을 재현해낸 작품. 흐릿한 형상보다 더 아련한 장면을 절묘하게 꾸려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인 듯한 시간을 멈춰냈다.
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디스위켄드룸서 김지평·최수련과 여는 기획전 ‘아으 다롱디리’에서 볼 수 있다. 백제 ‘정읍사’ 후렴구에 나오는 음성어를 전시명을 삼았단다. 행상 나간 남편이 무사 귀환하도록 밝은 달이 높이 비쳤으면 바랐던 구전가요다. 마포에 수묵. 130.5×85㎝. 작가 소장. 디스위켄드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