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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살지 않는 집은 좀 파시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한 말이다. 작년 6월 취임사에서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던 김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계획 등 역대급 규제책을 담은 8·2 대책 발표를 통해 다주택자와의 전면전을 시작했다.
작년 12월에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를 고민에 빠뜨렸고, 지난 7월에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담은 종부세 인상안도 마련했다.
다주택자들은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결단을 내렸다. 상당수 보유 주택을 시장에 방출한 게 이때다. 대부분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주택이 우선 처분 대상이 됐다. 양도세 절세 차원에서 양도 차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부터 파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방 주택 가격은 이 여파로 작년 12월부터 약세로 전환했다. 다주택자들은 지방 주택을 처분한 뒤 서울 주요 지역 주택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고 서울 집값은 8·2 대책 이후에도 강세를 유지했다.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시점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시점(올해 4월)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지난 4월부터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시작됐고 거침없이 오르던 서울 집값도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양도세 중과 시행 전인 3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정책이 계획대로 작동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7월 들어 정부의 종부세 인상안이 확정 발표되자 더 이상 나올만한 규제가 없다는 인식까지 확산됐다. 거래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격 오름세도 가팔라졌다. 4~6월 하락하던 강남4구 집값도 이때부터 다시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서울에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아파트 단지가 속출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종부세 강화 카드가 생각보다 미비했다는 분석이 많았”며 “보유세가 강화하면 심리적 하방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지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집값 하락폭이 더 커졌다. 서울과 지방의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작년 12월(-0.01%)부터 9개월째 약세를 나타냈고 낙폭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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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대체 주거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 시장에 매물이 풀리도록 하는 것과 병행하면 똘똘한 한채 프레임을 깨는 데 빠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시장 수급(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만큼 현재 잠겨있는 매물을 푸는 것이 단기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 ‘지금 주택을 처분하면 조세 부담을 과거보다 낮춰주겠다’는 식으로 퇴로를 만들어주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며 “그로 인해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에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지금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방향보다 공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수요자들은 지금 매물이 없어 앞으로 주택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심리가 강한 만큼 이같은 심리를 안정시킬 공급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역시 “규제 대책만으로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욕구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공급 로드맵이 제시돼야 수요 억제책과 함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똘똘한 한채 선호는 결국 ‘서울에 집사겠다’는 얘기”라며 “서울과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교육과 일자리 인프라를 함께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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