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2. 위기 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라

  • 등록 2018-08-05 오전 6:00:00

    수정 2018-08-05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업무는 내부 우선순위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으로 부상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우선순위 부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서 ‘전략’ 개념만큼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신속함’이다. 세계 2차 대전 영웅인 미국의 조지 S. 패튼 장군은 “지금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괜찮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고 했다. 이 또한 우선순위와 신속함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내부를 현장에서 관찰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 ‘우선순위’ 개념이 그리 적절히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실무적으로 우선순위 기준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위기 상황 내내 그 기준이 가변적이라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 실행에 우선순위를 두는 인력이 대책회의에 장기간 들어가 있으면서 실제 하달된 실행에는 시간을 부족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일부 인력들은 실행에만 상당한 시간을 투여하는 반면, 대책회의의 참석을 통한 정보공유에는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위기 상황 분석이나 시나리오 예측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경우, 문서 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하는 경우도 흔하다. 파워포인트나 워드 엑셀 등 문서 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한다. 문서작업에 시간을 너무 지체하다 보니, 보고 내용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부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해외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한다. 반면 쏟아지는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의 핸들링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본사와의 지난한 컨퍼런스콜이 위기관리에 있어 우선순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위기관리에서 또 하나 우선순위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번역이다. 해외 본사 의사결정권자들로부터 대응 의사결정을 받아 내기 위해 수많은 상황자료와 대응 메시지들을 번역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로서 평시에는 당연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위기 시에는 조금 다른 프로세스 수립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경험하면 “시간이 부족하다” 이야기 한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싸운다는 것은 곧 선택과 집중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부족하고 대응이 자꾸 지체된다는 것은 현장에서 볼 때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 내부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행해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 일 수 있다.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를 누군가 그 시간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개념을 평시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응에 있어 시간표(timeline)을 설정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주요 핵심 대응 프로세스 각각에 시간적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러한 시간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위기의 유형이 각기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으로 몇 시간 내에 최초 의사결정 한다는 규정을 일반화 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 상 삽입되는 대응 시간표는 항상 ‘(이 때까지는) 이 업무를 최대한 완성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위기가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골든타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모든 위기관리 업무는 기본적으로 ASAP(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가장 빨리) 개념 위에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늦어도 언제까지는 필히 해야 한다. 추가 데드라인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시간표다. 일단 그런 기준을 세웠다면, 비현실적이라 지적하기 전에 그에 맞추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시간 기준을 맞출 수 있게 체계와 프로세스를 정비해 보는 것이 옳다.

대책회의 참석 인력과 실행 인력을 사전 분리 배정 훈련하고, 그 인력 간 정보 공유 방식을 그 기준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위기 시 공유되는 문서 포맷을 보다 간편히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보고 공유되는 툴과 채널을 고안해 내는 것도 그런 사전 노력의 일환이다.

해외 본사와의 평시 협의와 규정 조정을 통해 위기 시 상호 논의 시간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효율화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번역에 투입되는 시간을 고민해 현재보다 최소화 해 나가는 노력도 내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런 실무적인 세세한 평시 고민과 준비들이 위기 시 우선순위를 만든다. 모 영화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와 관련된 고민은 평시에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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