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광공사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

  • 등록 2017-07-17 오전 5:02:00

    수정 2017-07-17 오전 5:02: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관광벤처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도울 것이다.” 지난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광벤처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도 장관의 바람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몇몇 스타트업이 서비스 중인 사업을 추진하려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발단은 공사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개별자유여행객(이하 FIT) 방한 유치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및 관광코스 개발’과 ‘FIT 온라인 포털사이트 구축 및 운영사업’이다. 공사는 지난 4일까지 두 사업의 용역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러자 이미 FIT 관련 상품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측이 ‘아이디어 베끼기’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정부가 민간 스타트업을 돕진 못할 망정 비슷한 상품을 내놔 고사시키려 한다는 반발이었다.

공사 측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공사가 추진하는 FIT 온라인 포털사이트는 해외홍보가 목적”이라며 “이 사이트에서는 입점료나 수수료가 없어 스타트업이 상품 홍보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대기업 등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스타트업 사업을 도용해 피해를 준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해외에 알리는 일은 공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까지 훔치면서 할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실상 공사의 역할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 자본주의를 선도하는 혁신기지가 된 비결도 여기에 있다.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완벽하게 갖췄다. 바로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 있어서다. 미국 정부는 벤처기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초기 구매처를 자처했다. 초창기 벤처기업의 든든한 수요자 역할을 해준 것이다. 도 장관이 관광벤처기업 대표에게 말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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